사주라는 통계학
엄마가 점을 보고 왔는데 내가 까다로운 눈을 가지고 있어서 남자도 잘 고를 거라고 했단다.
대체 그 "잘" 고르는 기준은 뭘까..? 기준은 사람마다 다 다른데.
나이든 여자는 어린 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뭘 고를 때 당연히 더 깐깐하지 않나?
내 언니와 형부는 초등학교 교사 부부다.
이 말을 들은 점쟁이는 부유하진 않아도 부족함 없이 산다고 했단다.
한국에서 밥벌이로 초등학교 교사를 선택한 남녀가 무슨 수로 갑작스레 엉망진창으로 살 수 있을지,
어떻게 갑자기 왕창 망해서 돈이 궁해질 수 있는지.. 그 낮은 확률에 뭐가 들어 있을지가 더 궁금하다.
당연한 사실을 왜 돈주고 듣고 오는 건지 모르겠다.
난 점쟁이가 엄마의 보상심리를 채워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엄마가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자식들이 크게 망하는 것 없이 잘 산다' 같은 말 한마디에 고생을 보상받는 느낌이 들어서 계속 점집에 가시는 것 같다.
하지만 사실 엄마가 열심히 산것과 내가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
어릴 때야 엄마의 삶과 내 삶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니 일리가 있지만 현재로써는 별개로 생각해야 맞지 않을까?
우리 엄마는 무언가에 의지하는 걸 좋아하시는 것 같다.
나도 뭔가에 의지는 하고 싶은데 그만한 대상을 찾지는 못했다.
예전 집에는 성모마리아 상 같은 게 있었고 엄마는 성당에도 열심히 다니셨다.
그때도 엄마는 점을 많이 보셨다. 그러나 우리 집은 늘 시끄럽고 가난했다.
모르긴 몰라도 천주교의 교리와 사주는 완전히 상충되는 것 아닌가..?
태어날 때 내 인생의 흐름이 다 정해져있고 그 틀대로 살다가 죽게 된다고 생각하면 약간 섭섭하다.
내가 선택하고 있다고 생각할 뿐인, 선택되어진 인생길을 걸으며 기뻤다가 슬펐다가 주어진 감정을 느끼다가 죽는 것은 어쩐지 피에로가 된 기분이 들어서다.
믿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고 평생 부정하다가 죽겠다는 의지가 있지만, 대체 그놈의 사주는 왜 잘 맞는다고 느껴지는 걸까?
사주라는 통계학을 창시한 사람은 누구일까? 수세대를 아우르는 기록을 한 사람들은 또 누구일까?
무에서 아무렇게나 지어낸 게 아니라면 뭔가 자료가 있었던 게 아닐까?
어떤 학문이던간에 크게 관여하게 된 사람들의 이름이 알려지게 마련인데 수학자나 과학자의 이름은 떠오르지만 사주라는 학문은 통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명확하든 명확하지 않든 어쨌든 나름대로 긴 시간 동안 연구하고 고찰한 것이라서 무조건 무시할만한 학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세상을 구성하는 프로그래밍이라는 미지의 영역에 가장 가까이 도달한 학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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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풍족하고 편리하며 배부르지만 불행하고 무기력한 노동자들이다. 감성적인 사람들은 예민하기 때문에 생존에 유리하며, 더 잘 보이고 잘 들린다. 우울증에 걸리는 것을 이해를 못 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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