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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화의 부산물

퀘이' 2020. 6. 7. 19:55

내가 사는 나라는 앨리스가 사는 나라보다 훨씬 더 이상한 나라다.

지금 내가 외로운 이유는 결과적으로 한국이 압축성장을 했기 때문이다. 어이없는 소리 같겠지만, 결론이 그렇게 났다. 세대 간의 괴리감 + 동시대 사람들의 이질감이 외로움의 근본 원인인 것 같다.

 

서양에서는 -주체적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근대화를 거쳐 현대화에 이르렀다.

한국은 -수동적으로- 이미 만들어진 현대화를 그대로 따라 하려고 했다.

 

예를 들면 서양에서 오랫동안 고생하며 연구개발을 한 끝에 게임을 완성했고 한국에선 그걸 그대로 비슷하게 베껴 잽싸게 모방 게임을 만든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데빌리언(디아블로를 베껴 만든 한국게임)이 디아블로의 게임성, 퀄리티를 전혀 따라갈 수가 없듯이, 한국의 현대화 역시 엉망진창이다. 시행착오 없이 뭔가를 했다는 것은 필수 과정들을 전부 생략했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완성도의 차이는 결국 하늘과 땅 차이가 된다.

 

근대를 공업화 산업화의 시기로 놓고 생각해 봤을 때, 안정화되기까지 서양에서는 적어도 200년 이상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한국에서는 시스템을 통째로 베낀 터라 30여 년 정도의 짧은 시행착오 기간이 있었을 뿐, 되든 안 되든 상관없이 곧바로 적용만 시킨 것이다. 식민지로 쓰인 한국에 강요된 근대화를 시행했고, 너무 짧은 기간이기에 겉만 번드르르하게 바뀌고 속은 하나도 변화하지 못했다.

 

'근대화' 라는 것이 공장시설이 생기고 제조업 등이 발달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그런 건 아주 일부분일 뿐이다. 사전을 보면 근대화란, 개인의식의 발달과 자본주의 시민사회의 성립이 가장 큰 특징으로 나오는데 한국은 이 부분이 하나도 완료되지 못한 채 무시 됐다고 생각한다. 기간이 짧았을 뿐만 아니라 근시안적으로 난개발 되었고 친일세력도 그대로 유지되어 내면적으로 총체적인 난국이지만 겉으론 멀끔해 보이게 바뀌었다.
 

필자는 86년생인데, 우리 세대가 받은 교육과 사는 사회 시스템은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근대화에 적응하기 급급했던 세대의 의식은 전혀 바뀔 시간을 갖지 못했지만, 그 이후의 세대는 바뀐 시스템에 맞는 교육을 받았다.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부터 부모님 세대까지는 의식이 바뀔 시간과 여유가 아예 없었고, 우리는 바뀐 시스템에 맞는 교육을 받은 것이다.

- 여기서 교육은 공교육뿐만 아니라 책이라든가 철학 사상, 연극, 영화 예술 분야 등 문화적인 교육을 포함한다

 

교육 시스템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에 고작 몇십 년 정도의 차이밖에 안 나는데도 부모님 이전 세대와 말이 거의 통하지 않는다. (서론에서 언급한 세대 간의 괴리감.) 현재 구성된 사회는 부모님 세대 이전에 형성된 사회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구성원들이 의식이 바뀔 시간과 여유가 없었던 시대의 사람들이다.

 

동년배들은 그 사회에 새로이 입성하는 소수파인데, 사회적인 분위기나 사고방식이 아주 다르다 보니 일차적으로 혼란을 겪는다. 그리고 이차적으로 개인의 적응력에 따라 기존 사회에 잘 편승하거나 그렇지 못한 경우가 나뉘게 된다.

 

,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 사이에도 큰 편차가 생긴다. (서론에서 언급한 동시대 사람들의 이질감.) 압축성장을 하지 않고 일반적인 성장을 했다면 지금보다 세대 차이가 적었을 것이고, 동시대 사람들의 의식 차이도 더 적었을 것이다. 편차가 적다면 지금보다 문화 수준은 더 낮을 것이고, 원활한 소통으로 외롭지 않을 것도 확실하다.

결론을 정리하자면 능동적으로 시행착오를 했던 서양 국가와 수동적으로 받아들인 한국. 둘 다 장단점은 있다.

 

능동적인 서양국가의 장점 - (결과적으로) 외부적으로는 공업화와 산업화가 제대로 잘 이루어져 조화롭게 발전했고 내부적으로는 개인의식 (문화수준)이 발전해 시민사회의 성립이 잘 됐고 소통이 원활해져 행복지수도 높다.  

능동적인 서양국가의 단점 - (과정적으로) 시행착오 중 많은 사람의 희생. 분쟁을 감수해야 했다. 발전에 오랜 기간이 걸렸다.


수동적인 한국의 장점 - (결과적으로) 단기간에 외부적으로 공업화와 산업화를 이뤘다.

수동적인 한국의 단점 - (과정적으로)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서 개인은 외롭고 그로 인해 행복지수가 낮다.

만일 선택 할 수 있다면 능동적인 서양국가형으로 천천히 발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렇게 되면 많은 한국인이 분쟁을 겪고, 그로 인해 슬퍼하고, 희생당한 후에야 좋은 시기가 온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그 힘든 고통의 시간을 겪을 사람이 바로 나 자신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될 것이다.

 

우리는 시행착오의 큰 희생들을 치르지는 않았지만, 원활하지 못한 소통 때문에 외로움을 겪는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지금은 과정 중에 있지만 내가 죽기 전에 하루빨리 개인의식의 발전으로 시민사회의 성립이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게 곧 내 행복과 직결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의식성장'이라는 목표를 설정해 두고 소통을 위한 열린 마음을 갖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 뭐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감도 못 잡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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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적이라 힘든 그대

우리는 풍족하고 편리하며 배부르지만 불행하고 무기력한 노동자들이다. 감성적인 사람들은 예민하기 때문에 생존에 유리하며, 더 잘 보이고 잘 들린다. 우울증에 걸리는 것을 이해를 못 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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