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많다면 뭘하고 지낼까?
얼마 전에 이건희 회장이 성 매매했다는 내용을 뉴스타파가 보도했다. 인권보다 자본이 더 상위에 있는 이 괴상한 사회에서 이게 화제가 될 수 있는 게 신기하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보다는 돈이 많은 사람으로 상징되는 사람의 유흥이 참 별것도 없이 시시하다…. 싶었다.
‘모두 재벌 같은 돈이 엄청나게 많은 삶을 꿈꾼다지만 돈이 많으면 정말 행복한 걸까? 그저 편리한 걸까? 소득이 얼마 이상이 돼야 생활 수준이 더 변하지 않는 걸까? 그렇다면 행복의 총량은 정말 누구나 같은 것일까? 머리가 좋고 IQ가 높으면 행복한 걸까? 예쁘면 행복한 걸까? 사랑받는 게 사랑하는 것보다 행복한 일일까?...’
이딴 의문이 자꾸 꼬리를 물고 생기지만 잠시 제쳐두고, 나는 돈이 많으면 어떤 것을 하면서 살까? 이 질문에 집중해본다.
돈이 많으면 초기엔 여행을 갈 것 같긴 하지만, 그 생활은 그렇게 길게 이어지진 않을 것 같다. 왜냐면 논다는 것은 참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일이다. 수단이 뭐가 됐든 간에 어딘가로 이동을 해야 하고, 장비를 갖춰야 하고, 활동을 해야 한다.
익숙하지 않은 것은 재미있고, 에너지의 소모가 많아서 힘들다. (전용기를 사서 이동을 하고 전용 요리사를 쓰면 편리하고 좋을 것 같긴 하다) 세계의 유명한 곳들을 보고 돌아다닌다고 해도 왠지 그 즐거움이 생활이 되어버리면 흥미로움이 오래가지만은 않을 것 같다.
계속해서 새로운 장소로 바뀌면서 기후나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 이 스트레스는 개개인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크겠지만 - 유목민 출신이 아니므로 정착된 환경에서 좀 더 안정감을 느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은 여행을 꽤 좋아하는데, 그에 비하면 나는 여행을 썩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다.
부를 재분배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역시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다. 소유한 게 나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것도 잘 버리지 못한 마당에 환경을 편하게 만드는 것을 한번 소유하고 나서는 절대 버릴 리가 없다. 투자해서 원금을 보존하려고 할 것 같지도 않다. 어차피 수명은 짧고 유한하므로 적당히 쓰다가 죽는 것을 선택할 것 같다.
아마 가장 많은 사람이 선택할 것들을 나도 할 것 같다. 집을 사고 차를 사고. 자식 농사를 하는 정도이려나?
그런데 이건 상위 1%의 떼부자가 아니더라도 다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물론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다소 선택의 제약들이 있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돈이 엄청 많다면 일차 산업을 유통 없이 직접 하고 싶다. 스스로 작물을 키워 먹고 동물을 키워 잡아먹고 싶다. 넓은 땅을 사서 설계한 집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완성하고, 땅 크기에 따라 동물의 숫자를 조정해서 방목을 시켜 키우는 것을 해보고 싶다. (초식동물. 소, 양, 말, 돼지, 염소, 토끼, 닭 같이 맛있는 애들로)
그러다가 심심하면 친구들을 불러다 같이 잡아먹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가공을 해서 육포나 소시지로 만들어도 보고, 가죽을 가공해서 가방을 만들어 보고. 나무를 잘라서 가구를 만들고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놀 것이다. 젖소를 키워서 우유도 마시고 말을 키워서 승마도 하고, 닭을 키워서 달걀부침을 해 먹고, 배를 하나 사서 바다로 나가 생선을 좀 잡아다가 요리해 먹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런 일차 산업은 무척 고되고 많은 노동력과 지식이 필요하다. 이걸로 돈을 벌려고 하면 상품 가치가 높아야 하니까 압박감 속에서 제대로 잘해야 하고 드는 노력에 비해 돈이 안 된다.
그런데 돈을 벌어야 한다는 제약이 없다면 꽤 해볼 만한 '재미요소'가 아닐까 싶다. 성취감이 보장되려면 분야별로 숙련된 선생이 필요하다.
이 과정들이 익숙해 질만 할 때 다른 분야의 일차 산업으로 갈아타면 심심할 틈 없이 죽을 수 있을 것 같다.
공방에서 설계 -> 제작 -> 운용 중에 가장 즐거운 게 어떤 것인가 했을 때 '제작'이 가장 즐거운 일이라는 말에 상당히 공감했다. 경험상 확실히 제작이 가장 재미있었다. 이건희가 했던 '성행위'는 굳이 분류하자면 만들어져 있는 '몸'을 사용하는 '운용'의 단계가 아니려나…?
공방에서 뭔가를 잔뜩 만들고 잡동사니 속에서 죽는 것보다 설계에서 제작, 운용까지 한 번에 다 할 수 있는 일차 산업을 직접 체험하다 죽는 게 조금 더 즐겁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마 가장 행복과 관련이 큰 분야는 나를 둘러싼 인간관계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돈이 많아도 적어도 힘든 게 똑같다고 생각되어서, 이 주제와 큰 관련은 없어 보인다.
돈이 많아지면 지금보다 생활이 더 힘들어 질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니 웃음이 났다.
http://www.bookk.co.kr/book/view/34166
감성적이라 힘든 그대
우리는 풍족하고 편리하며 배부르지만 불행하고 무기력한 노동자들이다. 감성적인 사람들은 예민하기 때문에 생존에 유리하며, 더 잘 보이고 잘 들린다. 우울증에 걸리는 것을 이해를 못 하겠��
www.book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