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13 서로를 포기하는 사랑
최근 언니와 형부가 조카와 함께 우리 집에 놀러 왔다.
2박 3일간의 짧은 체류였지만 오랫동안 떨어져 살아가는 우리 자매에게는 어릴 때처럼 어울려 놀 수 있는 특별하고 소중한 이벤트였다.
그런데 언니네 가족이 다녀간 뒤 남편이 재밌는 말을 했다.
언니네 부부를 보니 '아! 우리 부부는 아직 멀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형부가 배려하거나 언니가 배려하는 것을 보면 서로 하고 싶은 뭔가를 못하게 하려는 게 전혀 없었다고, 자기는 형부처럼 처가에 와서 일주일이든 이주일이든 가자고 할 때까지 버티고 있을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는 형부의 친구가 한 명도 없는데 처형이 친구 만나러 며칠씩 다닐 동안 덩그러니 처가에 혼자 남아 아이를 돌보고 있다거나, 처형이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와 새벽까지 게임을 하는 것을 말없이 기다리며 아이를 돌보고 재운다거나, 처형도 시댁에 가는 날에는 아파도 절대 빠지지 않는 레이드도 취소하고 형부가 친구들과 술 마시러 가는 것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것들.. 이러한 일을 할 수가 없을 것 같다는 말이었다.
둘 다 상대가 하고 싶은 것을 제약하거나 아예 하지 못하도록 구속하지 않기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포기하는 법을 배웠겠냐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아직도 서로에게 이래라저래라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시기까지 도달하려면 멀었다고 말했다.
나는 결혼식장에서 "서로 하나가 되는 사랑이 아니라 각자의 모습 그대로 인정해 주는 사랑을 하고 싶다" 라고 말했지만, 이론과 실상의 차이는 컸다. 서로에게 바라는 것과 기대하는 것이 많기도 하고, 부탁하면 잘 들어주니까 점점 더 많이 의지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남편에게 서로를 포기하는 게 어떻게 사랑의 완성형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렇게 기대하는 것도 참으며 포기하다가 어느 날 더는 참지 못하고 펑 터져서 이혼하자고 말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남편은 서로에게 이런저런 관여를 해봤자 결과적으로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거라며, 서로가 바라는모습이 되는 게 아니라 영원히 다른 의견이 평행선을 달릴 거라고 말했다. 남편은 사람이 바뀌는 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인 것 같았지만 실제로 지난 4년간 남편의 회유에도 내 태도나 생각이 근본적으로 크게 바뀌지는 않았기 때문에 할 말이 없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를 반으로 줄이고 원하는 모습에 가까워지는 노력도 해서 반 발자국씩 다가서면 한 발자국만큼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결론 내렸다.
'서로에게 기대하기를 포기하고 인정과 존중을 하는 것', '상대가 원하는 모습으로 스스로를 바꿔나가는 것'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어려운지는 잘 모르겠으나 두 가지 방법을 병행하며 일상의 평화를 이어나가고 있는 모든 선배 부부들의 위대함을 다시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