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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퀘이' 2020. 6. 5. 13:21

우울한 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일반적인 서민으로 이 자본주의 세상을 산다는 것은 우울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라 생각한다.
우울증에 걸리는 것을 이해를 못 하겠다며 마냥 즐겁고 행복한 사람이 있다면, 내 눈에는 그 사람이 더더욱 비정상이다.
왜냐면 그 사람은 너무나 둔감하거나, 세상에 밝은 면만을 바라보겠다는 편식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울한 것이 정상인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1. 자본주의 세상에서 일반 서민층은 행복할 수가 없는 위치이다.
2. 대부분은 무소유의 행복을 찾고 싶은 게 아니라 자본의 상위층으로 넘어가고 싶을 뿐이다.
3. 일할 때는 단지 노동일뿐, 내 의지에 의해 하고 있는 일이 아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지금의 자본의 세상에는 피라미드의 법칙이라든가, 무슨 굴레 같은 게 있어서 돈을 갖고 있으면 가치가 하락해서 안되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이름만 바뀐 비슷한 것들) 만들고 그사이에서 노동자 계층을 노동자로 유지하기 위한 노동력을 열심히 퍼붓고 있는데, 이 사이클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회전이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체감하고 있다.)
분명히 말해서 이러지 않아도 이미 나와있는 것들로 충분히 물량이 넘쳐난다.

문제는 자본주의 이외에 딱히 그럴듯한 대안이 없다는 건데.., 나부터가 하나둘 셋! 과 동시에 재산을 모두 바닥에 버릴 수가 없다. 미련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최근 이 굴레에서 빠지고 싶다고 더욱 생각하게 됐는데, 그 이유가 여태 말한 자본의 빠른 사이클에 질려서가 아니라 아주 사소한 이유 때문이다.

 

이 노동은 내 의지로 하는 자급자족적인 의미의 노동이 아닌, 그냥 노예로써 시키는 할당량을 채우기 위함이다.
지금 나의 생활은 편리하지만 불행하다. 최소한의 개인적인 시간이 보장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개인적인 시간이 보장되는 직업은 공무원이나 파트타임 직종밖에 없다.

부족사회라든가 원시민족 생활을 직접 겪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단순히 자살률을 비교해보면 그쪽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한국보다 경제력이 낮다고 하지만 상대적 박탈감을 겪지 않고 있고, 행복도가 높다.
유럽 국가는 최소한의 개인 시간이 보장이 잘 돼있어서 그런지, 빈부격차가 크지 않아서 그런지 행복해 보인다.

 

우리는 뭘 위해서 살고 있는 걸까? 한국에 살면서 이 굴레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중이 되는 수밖에 없는 걸까?

 

나는 거대한 현실과 타협해서 나의 최소의 개인 시간을 만들기 위해 일을 하고 있다.
나는 풍족하고 편리하며 배부르다. 그리고 불행하고 무기력하다. 슬픈 정상인이다.

 

http://www.bookk.co.kr/book/view/34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