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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덩이

퀘이' 2020. 6. 5. 14:03

밤낮없이 걷고 또 걷고 .. 지치고 허기진 밤이었다.
화려하고 더러운 도심 속 길거리에서 빛나면서 암흑인 욕심 덩어리를 보았다.
먹어선 안되는 걸 알았지만 반짝거리고 빛나는 유혹에 군침이 돌았다
한입을 먹은 순간 멈출 수 없었고 양손에 든 고깃덩이를 마구 먹어 삼켰다.

그 후 사흘 밤낮을 더러운 거리에 널브러져 괴로워했다.
아무래도 내 위와 장을 다 파먹고 있었던 것 같다.
그 고깃덩이는 자신의 의지를 갖고 있었다.
그래, 확실히 살아있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나는 늘 자신을 과대평가했다
배가 고파 주린 배를 움켜쥐고서 썩은 고기를 먹지 않을 자신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널브러진 시궁창 속 사람들을 보며 추잡해졌다고 욕하는 것이 두려워졌다.
내가 저 사람의 상황에서 정말로 저 고깃덩이를 거절할 용기가 있을까?
배가 불러봤기에 배고픔을 못 견디는 것일까 배가 너무 고프기에 정신을 못 차린 것일까?

 

얼마가 지났을까 잠잠해졌다.
내가 죽인 게 아니라 그 기생충인지 뭔지가 활동을 잠시 정지한 것이다.
내장이 잔뜩 상한 채 거울을 보고 울었다.
반쯤 없는 위와 장이, 그 추악함이 나에게만 보여서 울었다. 배는 여전히 고팠다.
아무래도 조만간 또 벌레가 움직일 것 같다.
다 아물지도 못한 내장을 다시 파먹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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