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터를 세탁기에 마구 집어넣고 대충 세탁해서 입었었다. 싸구려 스웨터 3장 정도를 돌려 입어 가며 겨울을 난적이 있다. 이때는 관심사가 다른 곳에 있었으므로 전혀 신경조차 쓰이질 않았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보풀이 덕지덕지 붙어있었고 매무새도 늘어나야 할 곳은 줄고 쫀쫀해야 할 곳은 늘어져서 이도 저도 아닌 상태였던 것 같다. 오죽하면 같이 일하는 동료가 '제발 옷 좀 사 입어라'라고 했었을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최근에는 관심사가 '자신을 가꾸는 것’이 되었기 때문에 스타일리쉬 하다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됐다.
가장 크게 착각했던 것은 "30대의 세련되다, 예쁘다 = 어른스럽다, 페미닌하다" 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설정 오류인데, 아무래도 편견이 있는 것 같다. 멋 부리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쉽게 함정에 빠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착각 때문에 상당히 촌스러워졌다.
착각은 크게 2가지다.
1. 성적 호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스타일리쉬 하다고 착각한 점
2. 자신의 체형과 장단점에 맞춰 생각하지 못한 점
여성스럽다는 것은 너무나 많은 다양한 의미가 들어있고, 그것은 사람마다 그렇게 느끼는 포인트가 모두 다르다.
예를 들어 말투가 여성스럽다거나, 몸짓이 여성스럽다거나, 걸음걸이가 여성스럽다거나, 향기가 여성스럽다거나, 감성이 여성스럽다거나.
똑같은 A라는 사람을 보고 어떤 사람은 배려심이 많고 신경을 써주는 점이 여성스럽구나~ 하고 생각하겠지만 또 다른 사람의 눈에는 너무 예민하고 소심한 것 같아서 불편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사람마다 다 다르게 느끼니까 어쨌든 여성스럽다는 부분은 상대적이고 개별적인 것이다.
잡지에 나오는 미혼여성의 상품화된 이미지가 여성스럽다고 은연중에 학습 받은 것이다. 사실은 모성이 느껴지는 따듯함이나 부드러움이 훨씬 여성적인 것에 가까운 것이고, 굳이 성적 호감이 되지 않아도 충분히 여성적 일 수 있는 건데, '여성적이다'를 1차원적으로만 이해했다.
10㎝ 정도 되는 힐이 1㎝ 정도의 단화보다 훨씬 더 여성스러운 것이라고 착각했다. 이것은 개개인의 취향의 차이일 뿐, 1㎝의 단화도 충분히 매력적이며 여성스럽다. 하늘하늘한 시폰 드레스나, 정장 느낌의 세련된 옷보다 부드럽게 어깨선이 떨어지는 이지웨어가 더 여성적 일 수 있다.
이 착각 때문에 멋을 부린다며 결혼식에서나 입을법한 기성복 스타일의 옷과 쫙 달라붙고 몸매가 드러나는 원피스를 샀다. 이런 옷은 대체로 화려하고 예쁘지만 답답하고 활동이 불편하다. 틀에 박힌 사고 탓에 거의 연분홍이나 밝은 베이지색을 샀다. 왠지 여성스러운 색깔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동안은 이 상태가 세련됐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울을 보다가 또 혼란스러워졌다. 내면의 모습과 거울에 비친 모습이 하나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련됐다는 것은 자신의 결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잘 살릴 수 있는 것일텐데,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디자인이 무조건 잘 맞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카메라를 고를 때에도 옷을 고르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최고급 최신 렌즈, 전문가용 바디를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 실력에 걸맞게 원하는 것을 담을 수 있는 정도의 바디와 렌즈면 충분하다.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표현이 불가능할 때 기종을 업그레이드하던가 변경해야 맞는 것 같다.
옷을 고를 때에도 비싸고 고급스러운 옷이 아니라 내 몸의 체형과 맞는 것, 내 몸이 편안해서 보는 상대도 불편하지 않은 것이 세련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키가 작거나 크거나 몸이 마르거나 뚱뚱하거나. 단점을 보완하며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것, 그게 진짜 세련됨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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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적이라 힘든 그대
우리는 풍족하고 편리하며 배부르지만 불행하고 무기력한 노동자들이다. 감성적인 사람들은 예민하기 때문에 생존에 유리하며, 더 잘 보이고 잘 들린다. 우울증에 걸리는 것을 이해를 못 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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