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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덕과 황진이

by 퀘이' 2020. 6. 8.

둘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였던 것 같은데 그 둘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황진이의 직업은 기생이었다.

그녀는 그를 만나기 전까지 (모든 이들이 태어나면서 부여받은) '종족 번식'의 명령체제에 대해 일말의 의문을 갖지 않고 따르며 살아갔던 것 같다. 그녀는 태어나서 자라고 지냈던 환경에 의해 당연히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자신이 성적 대상화가 되는 것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황진이에게 문학이란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아마도 초기에는 문학이 종족 번식의 명령을 잘 수행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에 불과했을 뿐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서경덕에게 문학이란 어떤 의미였을까?

스승도 없이 책과 자연을 벗 삼은 그는 그녀보다 더 순수하게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황진이는 사실 본질적인 사랑을 하지 않고 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여성성을 팔아 먹고살 수밖에 없는 환경에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분노했을 것이고, 그녀를 바라보는 많은 사내가 사실은 그녀의 몸을 가장 원하고 있으리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기에, 남자가 사랑의 대상이 못 됐다. 그저 '누가 먼저 마음을 주는가? ' 하는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 정도로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서경덕이라는 사람이 나타나 그녀를 여성 체로 보지 않고 인간 '황진이'(고유명사)로 바라봐 준 것이다.

황진이가 서경덕을 사랑하게 된 이유는 수많은 다른 사내들과 달리 자신을 여성 이전에 인간으로 존중해서였다고 생각하는데, 나중에는 그녀 쪽에서 인간 '황진이'로 보지 말고 다시 여성 체로 바라봐 주기를 원하다니, 이것은 그로선 완전히 모순이 아니고 뭐겠는가? 서경덕은 그녀의 모순에 대해 스스로 알아차리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서경덕은 동성애자 이거나 고자가 아님이 분명하고, 황진이가 매력적이지 못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던 것 같다.

 

서경덕은 자신의 욕망을 따라 황진이를 눕히고 옷을 벗기지 않았던 만큼 그녀를 깊이 있게 사랑한 것이 분명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자신의 사랑이 싸구려 욕망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함이고, 자존심과 명예가 걸린 일이다. 

 

황진이는 서경덕보다 나이도 많이 어렸고 심지어 제자였다. 그의 마음이 왠지 이해가 간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더 큰 자유를 원한다면, 다수가 만든 관계규정 방식의 틀에서 벗어나 있어야만 가능한데 그게 결과적으로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어느 쪽이 더 행복한 일인지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확실한 것은, 욕망을 걷어낸 후의 사랑은 대상이 연인이건 부모이건 동물이건 그 본질은 똑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http://www.bookk.co.kr/book/view/34166

 

감성적이라 힘든 그대

우리는 풍족하고 편리하며 배부르지만 불행하고 무기력한 노동자들이다. 감성적인 사람들은 예민하기 때문에 생존에 유리하며, 더 잘 보이고 잘 들린다. 우울증에 걸리는 것을 이해를 못 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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