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친언니가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모성"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성이라는 건 대체 언제 생기는 걸까? 아마도 사람마다 그 시기가 다를 것이고, 경우에 따라 아예 생기지 않을 수 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으레 뱃속에 애를 가진 순간부터 모성이 생기기 시작하여 애를 낳은 그 순간부터는 아주 폭발적으로 모성이 터져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완전히 내 착각이었다.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고정관념, 혹은 사회적 통념 등을 적용해서 섣부른 확정을 짓는다는 것은 어리석고 잘못된 생각이다.
(이것은 내가 가장 경계하는 행위인데, 이 부분에서 인지하지 못한 채 계속하고 있던 것이다.)
아기가 태어난 직후에 바로 모성이 생긴다는 것은 사실 좀 불가능한 일인 것 같다.
- 현재 나로서는 그게 어떤 기분일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지만 - 내가 아는 유대와 유착관계는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계기들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고,
시간이 지나기 전에 모성이 생기는 경우가 오히려 특별한 케이스라고 사료된다.
사람에 따라 유대를 갖게 되는 계기가 저마다 다르고, 개인이 갖고 있는 공감능력이나 성장과정 중 생성된 '정을 나누는 방법'에 따라 모성이 클 수도 적을 수 도 아예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어떤 경우에 해당할지, 그것은 직접 낳아서 키워보기 전까지는 절대로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나쁜 습관은 모든 부모들에게 특히 여성에게 모성을 강요한다는 점이다.
모성은 당연한 것이 아닌데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상하다고 하거나 냉혈한 인간이라는 비난을 하는 것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니다.
세상 모든 일에 "당신은 반드시 ~해야만 한다"는 규정은 이 자체로 큰 폭력이다.
이기적 유전자의 번식을 목적으로 삼는 우리의 신체는 아이를 낳고 시간이 지나면서 어떠한 호르몬의 변화과정을 겪게 되는 걸까?
성공적인 번식을 위해서는 아이가 두려움이 무엇인지를 감지하고 스스로 회피가 가능 해 질 때까지 엄마와 매 순간 함께 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
그런 이유로 몸에서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더라도) 분명히 유착관계를 위한 호르몬이 어미와 자식 둘 다에게 분비될 것이고, 그 파급력은 무시 못 할 수준일 것이다.
이 부분이 궁금해진 나는 친언니가 출산한 직후 아이를 얼마큼 사랑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언니는 좀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아직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아직 그다지 사랑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솔직히 대답해줬다.
(하지만 그날 밤에 신생아실에 놔둔 아이가 생각나서 잠을 잘 못 이뤘다고 말했다.)
언니는 평균 이상으로 공감능력이 뛰어나고 정이 많은 타입의 여자다.
판단을 위해서 많은 경우의 수가 필요하겠지만 아이를 낳자마자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가정을 세워 볼 수 있다.
그리고 아이는 남녀 두 사람의 합의에 의해 생성된 유기체인데, 어째서 부성보다 모성을 더 강요하는지에 대해서 이유를 찾아보려 했지만 전혀 찾을 수 없었다.
현대사회는 원시사회가 아니므로 남성이 자신의 이기적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상대와 생식활동을 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고,
결혼이라는 제도를 받아들였다는 것은 다수의 상대에게 불확실한 생식활동을 하기보다 한 명의 상대와 보다 확실한 생식활동을 하겠다고 암묵적으로 동의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생물학적으로도 부성보다 모성의 의무와 책임과 커야 한다는 생각은 그저 약자에게 행하는 차별과 폭력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태까지 엄마를 사랑한다고 입으로는 떠들어 대면서 실제로는 존중과 사랑을 행하지 않았다.
모성을 당연시하고 왜 날 더 크게 사랑하지 않는지 책임을 추궁하고 엄마로서의 의무를 다하라는 폭력을 행사했다.
엄마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자식을 사랑하는 행위)을 한 것이고, 그것은 감사해야 할 일이지 반드시 해야만 하는 행동이 아니었다..
엄마는 다소 차가운 사람이긴 하지만 자식인 나에게 부모로서 모든 의무를 다했고 더 바라는 것은 내 이기심이었다.
이런 결론을 내렸는데도 엄마에게 사랑을 좀 더 해달라고 매달리고 싶은걸 보면, 난 아무래도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추신. 친구로부터 굳이 나눌필요가 없는 "부모의 자식 사랑"이라는 개념을 구태여 성별로 구분 짓고 모성과 부성이라고 나누는 것부터 점차 사라져야 하지 않나?라는 말을 들었는데 상당히 이치가 있다.
http://www.bookk.co.kr/book/view/34166
감성적이라 힘든 그대
우리는 풍족하고 편리하며 배부르지만 불행하고 무기력한 노동자들이다. 감성적인 사람들은 예민하기 때문에 생존에 유리하며, 더 잘 보이고 잘 들린다. 우울증에 걸리는 것을 이해를 못 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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