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꿈속에서 나는, 던전앤드래곤에 나오는 마법사 '사이어스'가 되었다. 그것도 무려 실사판으로..
게임 캐릭터를 컨트롤 하듯이 내 몸을 컨트롤 할 수 있었다.
이 게임을 오랫동안 했기 때문에 마법사로 '원코인앤딩'도 한 적이 있었고 컨트롤에 근자감이 넘쳐서 그런지 몬스터들이 무섭거나 두렵지 않았다.
B 버튼을 재빠르게 연타하여 (블링크) 살짝 사라졌다가 광속처럼 몬스터 앞에 나타나 -> + A 버튼으로 찌르기를 반복했다.
아이템 창의 빈 슬롯을 이용해 D 버튼을 눌러 어깨치기를 시도하기도 하고 다시 B 버튼 연타로 눈앞에서 사라지는 방법으로 (대미지는 미미하다)
동해 번쩍 서해 번쩍 나타났고, 잽싸게 슬라이딩을 해가며 몬스터들을 교란시켜 수치감을 주는 플레이를 신나게 했다
어쩌다가 강한 적이 나타났을 경우에는 B 버튼 연타 + 마법 창의 빈 슬롯을 이용해 잡힐 듯 말 듯 , 없는 듯이 몬스터들을 속일 수도 있었고
위험이 느껴지면 전체 마법으로 시간을 멈춘 채 모두를 얼려버릴 수도 있었다.
그럴 때의 내 목소리는 아주 굵고 낮은 남자의 목소리가 났고 "아이스 스톰"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굵은 목소리의 남성의 신체가 잘 적응은 안 됐지만 한마디로 나는 거의 무적이었고, 두려울게 전혀 없었다.
길을 전부다 꿰고 있는 나는 형식적으로 지도를 펼쳐 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a, b, c 밖에 없는 선택지에는 d, e와 같은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맵이 등장하고 있었고 나는 주저 없이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니 한마을이 나타났다. 그곳은 역병이 지나간 듯 시체와 오물이 가득했고 살아남은 사람들도 비쩍 마르고 생기 없는 모습이었다.
상점에 들어가서 에너지 조금과 단검, LB 오일을 9개씩 산 뒤 상점 여주인에게 그곳의 상황이 왜 이렇게 된 것인지 물었다. 그녀는 슬픈 눈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이곳은 예전에는 부유하고 생기 넘치는 마을이었으나, 어느 날 왕이 살해당하고 왕비와 두 명의 쌍둥이 딸들이 통치하게 되면서 마을은 지옥으로 변했다고 한다.
그녀들은 레드 드래곤의 수하와 은밀히 내통하며 그들에게 시민들을 팔아넘겨 마물들이 영혼을 꺼내 먹게 했고 자신들도 나약한 인간의 신체를 변화시키기 위해
드래곤의 피와 살을 받아 몸을 개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들은 흉악한 레드드래곤에게 전의 되어 타락한 것이 분명하다! 어서 몰살하러 가야지.
성안으로 들어서자 헬 하운드를 비롯한 몬스터들이 끊임없이 나왔다. 드레이븐(녹색 마법사)이었다면 클라우드 킬로 한방에 해결인데, 왠지 모르게 아쉬웠다.
그렇게 긴 복도를 몇 번 지나자 커다란 접견실에서 여왕과 쌍둥이 딸을 만났다.
그녀들은 온몸의 피부가 투명한 파란색이 되었고 눈동자는 빨갛게 되어 이미 인간의 모습 같지가 않았다.
그림자 마법을 사용해 왔다 갔다 하며 전설의 단검으로 푹 찔러보았지만 25%의 데미지를 내기는커녕 모기에 물린 수준의 대미지만 주고 있었다.
그래서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로 "으어아아~ (양손에 기모음), 라이트닝 볼트!"라고 주문을 외워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전기를 전체적으로 쏴댔다.
그녀들은 물 속성 마법을 얼음 빗발로 만들어 공격했고, 그것을 피하기 위해 b 버튼 연타 + 빈 슬롯 마법 창의 D 버튼을 교차로 누르려고 했다.
그런데 늘 빈 슬롯이던 메테오 마법 창이 레벨업으로 인해 활성화되어 있었고, 그걸 미처 보지 못하고 D 버튼을 눌러버려 갑작스레 최고 마법인 메테오를 써버렸다.
성 밖의 하늘에서부터 검은 구름이 모여들기 시작하여 파이어볼과 같은 괴력의 공격이 유성처럼 우수수 떨어졌고 성이 다 부서지고 쌍둥이 중 한 명은 그 유성에 맞아 죽었다.
그 모습을 본 살아남은 모녀는 지레 겁을 먹었다. 그들은 내 최대 마법이 일반 마법의 수준이라고 생각했고 바로 무릎을 꿇었다. 나는 그 마법을 다시는 쓸 수 없는데...
어쨌든 그녀들은 항복했고 나는 지팡이를 하늘로 올리며 "오~~!"라는 승리의 함성을 외쳤다. 왠지 'Finish'라는 빨간 문구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아직 파티원 한 명 만나지 못하고 중간 보스인 드래곤을 만나지도 못 했는데 잠이 깨버렸다.
이제부터 여성인 엘프나 디프를 만나서 서로에게 등을 맡기고 신뢰를 쌓아가며 파티 플레이를 하다가 그녀에게 투명 망토를 선물해서 원거리 물리 공격을 맞지 않도록 보호하고, 감동한 그녀와 사랑에 빠져 연애도 시작하고 드래곤의 심장도 꺼내야 하는데.
꿈을 깨서 이렇게 아쉬운 기분이 들다니...
http://www.bookk.co.kr/book/view/34166
감성적이라 힘든 그대
우리는 풍족하고 편리하며 배부르지만 불행하고 무기력한 노동자들이다. 감성적인 사람들은 예민하기 때문에 생존에 유리하며, 더 잘 보이고 잘 들린다. 우울증에 걸리는 것을 이해를 못 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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