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쓰기

휴식의 시그니처

by 퀘이' 2020. 6. 9.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잽싸게 옷을 벗어던지고 잠옷으로 갈아입는 것이다.

잠옷을 입으면 경직되어 있던 근육들이 이완되면서 한순간에 긴장이 스르륵 풀려버린다.

그리고는 갑자기 여유가 생겨 말투가 부드러워지고 상냥해지기까지 한다.

잠옷엔 마법부여가 되어있었나 보다. 

[잠옷]

-잠잘 때 입는 옷. 따듯한 수면을 위해 다소 두꺼운 천으로 제작되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흔하디 흔한 의복.-

-생명력 회복 속도 (%) 증가 

-마나 재생 속도(%) 증가 

-초당 생명력 (#) 재생

-생명력 최대치 (#) 증가

-기절 및 막기 회복 (%) 증가

최소 이 정도 옵션은 붙어 있는 것 같다.

가격도 싼데 이 정도의 혜자 옵션이라니!

집에 와서 잠옷을 입지 않았을 때는 회복이 훨씬 더딘 것처럼 느껴지는 건 나만 그런 것일까‥?

남편은 이것이 나에게 있어서 일종의 시그니처라고 말했다. 

'쉰다'라는 행위에 대한 상징성을 잠옷에 이입한 게 아니냐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 맞다.

나에게 있어서 잠옷을 입는 행동은 오직 쉴 때만이 일어났던 사건이었다.

확실히 남편의 '쉰다'와 나의 '쉰다'와 달랐다.

그는 집에 오면 등받이가 있는 곳에 기대어 맥주나 콜라를 마신다.

(그의 쉼의 대표 행동이 지속되면 언젠가는 몸에 상당히 무리가 갈 것 같아서 대체재로 탄산수, 차, 과일 등으로 바꿔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어쨌든 누구나 쉰다는 행위를 대표할만한 행동거지 한두 개 정도는 있을 것 같다.

어떤 이는 TV를 틀어두는 것일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 어떤이는 지금 당신처럼 글을 읽는 것이려나?

뭐가 됐든 이것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정말 중요한 행동이다.

안정을 찾으면서 숨 고르기를 하고, 스트레스받은 사건들을 저장하지 않고 날려버리고, 내일을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데에 엄청나게 유용한 것이다.

적어도 이 행동을 할 때만큼은 시간에 쫓기거나 방해받아서는 안된다.

오롯이 그 여유에만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노동자인 우리에겐 이 정도의 여유조차 없지 않나.

자신만의 휴식의 대표 행동이 뭔지 생각해보거나, 가족 구성원들의 시그니처는 어떤 것인지 파악해보고 함께 해보는 것도 유익한 경험이 될 것 같다.

 

http://www.bookk.co.kr/book/view/34166

 

감성적이라 힘든 그대

우리는 풍족하고 편리하며 배부르지만 불행하고 무기력한 노동자들이다. 감성적인 사람들은 예민하기 때문에 생존에 유리하며, 더 잘 보이고 잘 들린다. 우울증에 걸리는 것을 이해를 못 하겠��

www.bookk.co.kr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