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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1 AI에 엄마 성격을 심으면

by 퀘이' 2024. 12. 25.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다. 내 친구들의 MBTI 는 거의 T유형이 대부분이고 F유형 친구는 좀 적은 편이다. 엄마가 명확한 ESFJ 성격이라 F의 좋은 샘플이 되어주고 있다.

엄마는 우선 친구가 엄청 많다. 늘 전화벨이 끊이지 않고 울리며 약속이 빽빽이 잡혀있어서 만나려면 나도 번호표를 뽑고 대기해야 한다. 엄마는 타인을 도와주며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봉사활동을 자주 하신다. 내게도 뭐라도 해주려고 하신다. 언제부터인지 쿠팡으로 선물도 자주 보내주신다.

불행히도 INTJ인 나는 그녀를 거의 닮지 못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친구도 적고 상대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지 못하는 것 같다.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잘 들지 않는다. 도움을 받고 싶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엄마의 교류관계에 비하면 상당히 무미건조한 느낌으로 살고 있는 것 같다.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고 하던데 어디를 보고 있었는지 몰라도 한눈을 오래 팔았나 보다.

엄마는 예전부터 사람들과의 관계를 굉장히 소중하게 여겼다. 나는 오랫동안 생각한 끝에 겨우 내 행복이 타인과의 관계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엄마는 늘 일부분 희생을 하는 것을 용인했다. 나는 그게 관계에 있어서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다. 대충 살펴봐도 그녀와 나는 살아가는 데 있어서 우선시 되는 가치가 좀 달랐다. 뭔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일 때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따라 방향이 달라지는 것이다. 만일 기준점이 확실하다면 어떨까?

Ai는 시간이 갈수록 사람의 선택을 도와줄 것이다. 바둑처럼 룰이 정해져있는 문제에서는 알파고가 최선수를 잘 둘 수 있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는 정답이 없다. 각각의 사람들이 우선시하는 가치에 따라 최선수를 선택하기 때문에 선택이 쉽지 않다. 이 말은 어떤 사람이 우선하는 가치가 명확할 때 최선의 선택이라는 아웃풋은 일정하다는 얘기가 된다. 기준점과 인생에서 추구하는 방향이 정해져 있다면 알파고처럼 최선수의 어드바이스를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어느 대학교수가 아내의 생일과 세미나가 겹쳤을 때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같은 일상적인 고민의 답이 도출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엄마의 관계지향적인 성격, 도와주고 보람을 느끼는 부분, 따듯한 심성, 타인에게 말하지 않는 복잡 미묘한 감정 등의 확실한 정보들을 입력하면 그녀의 행동양식을 분석해서 고민되는 선택의 답을 빨리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그녀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본인이 아니더라도 예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유부단한 사람이 고민되는 상황일 때 AI의 최선수를 들어보기 위해 사용되어도 좋겠지만 이것을 이용해서 사기를 치기 위해 분석하는 사람도 생길 것 같다. 또 좋아하는 사람을 공략하기 위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Ai가 높은 확률로 그녀의 다음 행동을 맞출 수 있을 테니 좋아하는 사람 공략용으로 사용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엄마에게 등짝을 맞지 않게 되는 용도로 사용하고 싶다. "엄마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 거야?"라고 물어보면 당연한 걸 물어본다고 혼나기 때문에 엄마 성격을 품은 AI의 어드바이스가 빨리 필요하다. 그럼 나는 그녀의 마음에 드는 딸이 될 수도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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