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평생 동안 불안하다.
신데렐라는 불안을 업고 살지만 등에 있는 돌덩어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저 외면했다.
그녀가 불안을 느끼는 것은 지금 갖고 있는 것에 대한 것인데 구체적으로 돈, 집, 마차, (청소부로서의) 직위, 여러 사람들로부터 쌓아놓은 착하다는 인정, 외모의 아름다움
그리고 '살아있음' 등이다.
그녀가 결혼으로 신분 상승을 꿈꾼 것은 전혀 나쁘다고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왕자님도 적절한 이해관계에 따라 그녀를 선택한 것이고 (나는 그가 그녀의 늙음 또한 계산에 넣었으리라고 확신한다.)
그러한 '사업'은 어떻게 보면 현명하기까지 하고 논리적이기도 한 윈윈 전략인 것이다.
그녀는 안정적으로 살고 싶었다. 단지 그뿐이다. 때문에 왕자인 그를 택했다.
그가 현재 가지고 있는 부, 직위, 평판 그러한 것들은 모두 앞으로 그가 벌어들일 수 있는 (혹은 유지할 수 있는) 수익과는 무관하지만,
적어도 당장은 불안정해 보이지 않는다.
신데렐라는 무척이나 "감정의 밀고 당기기"에 능숙한 여자다.
그녀는 잘나가는 외제차의 세일즈맨처럼 어떠한 점이 특정 고객에 마음을 끄는지를 잘 알고 있는 프로다.
프로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가죽이나 천이 아닌 유리로 된 구두를 골랐다.
귤껍질 벗기듯 발껍질이 다 까질 정도로 불편한 유리구두는 그녀가 특수 제작한 것인데, 소득이 두 가지나 된다.
첫째로, 그 아슬아슬한 킬힐과 발목의 부러질 듯 말 듯 한 위태로움이 주는 불안하고 매혹적인 시각효과이며 (불안한 것은 늘 아름답다)
둘째로, 사진 한 장으로 다시 떠올릴 수 있는 과거의 기억과 같은 "미련을 남기는 단서" 로써 쓰인다.
그녀는 파티날 당일, 왕자와 밤을 같이 보내지 않았다.
수많은 과일 중에 한 번도 못 먹어본 과일이야말로 그 맛이 가장 궁금해지는 법이다.
맛볼 수는 없었지만 그 달콤한 향기는 충분히 전달했다.
정보 전달을 완전하게 하지 않고도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데 아주 뛰어난 능력이 있는 것이다.
사실 신데렐라는 엄청나게 화장발이 심해서 모두 다 평소 얼굴만으로는 잘 알아보지도 못했다.
왕자에게 있어서 여자란 자신의 마음을 갖기 위해 모두 한결같이 상냥했고 얼굴도 비슷비슷해서 딱히 구별이 가지도 않았다.
그녀는 일부러 유리구두를 흘려뒀고 자신이 호감을 표현하지 않고도 무수히 많은 후보들 중에서도 딱 선택하게끔 만든 것이다.
중요한 것이 꼭 실제적인 모습은 아니며, '보이는 정보에 얼마큼의 구매 욕구를 일으키는가?이다.
이렇게 치밀하고 능력 있는 신데렐라의 실패 요인은 바로 권태였다.
완벽한 계획도 성공했고, 결혼생활에 익숙해진 그녀의 상황은 호화로웠지만 그 호화로움은 점점 당연해졌다.
그녀의 외적 아름다움이 시간이 갈수록 소모되는 반면에 왕자의 부는 쭉 유지되었고 이 거래는 당연히 왕자에게 불리한 요건으로 작용한다.
그 기간 동안 계속해서 새로운 계획과 참신한 행동으로 "밀고 당기기"를 유지하기엔 그녀가 가진 자본이 바닥나 버린 것인가?
왕자는 젊고 매혹적인 여자에게 마음을 뺏겼고 신데렐라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결혼까지 하기 위한 과정과 결혼을 유지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신데렐라는 결단코 나쁜 여자가 아니다. 그저 불안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평범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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