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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배 선원

by 퀘이' 2020. 6. 5.

현혹의 물결 속에
흔들리는 종이배

누가 놔둔지 모를 종이배에
올라타서 그저 노를 젓는다.

앞에 가는 배엔 창을 던지고
옆에 가는 배엔 포를 쏴라.

배부르게 먹고 술을 마시며
뒤엎어져 코를 골며 나가떨어진다.

일렁이는 파도 속에
어지럽다 어지러워

뱃물의 소용돌이 빨라지고
그 속에 내 몸은 녹아내려간다

항해를 멈추고 발밑을 본다.
그동안 종이배는 바닥이 찢어졌고
구멍으로 오염된 썩은 물이 차고 있었다.

무엇을 위해 노를 젓기 시작하였는지
다시 한번 떠올리다가도,
빠질듯한 두려움에
이내 정신없이 노를 휘젓는다.

오늘도 구멍 따윈 외면한 채
힘차게 노를 젓는다

 

http://www.bookk.co.kr/book/view/34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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