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행하는 아틀러의 책을 읽었다. 아틀러 사상에 의해 나를 생각하면 나는 진취적이고 진보적인 사람을 동경하고 있는 보수적인 인간이다.
결혼을 하기 위해 돈을 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돈을 벌기 위해 결혼을 해야겠다는 목적을 설정한 것이다.
전에는 자동차를 사기 위해 돈을 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돈을 버는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동차를 사겠다는 목적을 설정했던 것이다.
자동차를 삼으로써 그 목적을 달성한 나는 (사실은 돈 버는 행동이 너무나 안정감이 들고 익숙해졌기 때문에 편안해하고 좋아하는데 핑곗거리가 사라지자) 결혼자금이라는 목적을 새로이 만들어내고 또 내달리고 있던 것이다.
나는 늘 "쉬지 않고 멍청히 앞만 보고 달리며 살아선 안된다"라고 외쳤지만 나 자신이 가장 쉬지 않고 멍청히 앞만 보고 살아온 것이다.
세상에나.. 돈을 버는 것을 싫어한다고 늘 생각해왔는데, 돈을 버는 것이 안정되고 편안해서 선택하고 있는 것이라니..
어느 정도는 맞다. 나는 용기 없는 겁쟁이다. 돈을 벌지 않으면 불안하다..
하지만 자본주의에 살고 있다는 것은 그런 게 아닐까? 돈을 벌지 않으면 모자란 사람이 된 것만 같고 불안하다. 사회적 제도가 그렇게 설정되어 있지 않은가.
나는 불안함보다 익숙함(편안함)을 선택해서 돈에 미친 듯이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아틀러의 사상은 설득력이 있었고 동의하게 됐다. 나는 남들처럼 돈에 환장한 것이다.
예전에 여행자금을 전부 모아놓고 막상 혼자 한달정도의 해외여행을 하려고 했을 때 큰 두려움에 부딪혔고 무서워서 하지못했다.
그래서 우선은 국내여행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하지 못했다. 쓸쓸하고 힘들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나는 "삶은 익숙한세계에서 새로운 세계로의 끈임없는 이행이다" 라는말을 좋아하고, 도전정신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용기있게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을 전혀 하지 못하고 사는 엄청나게 보수적인, "익숙한 삶을 선택하는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는 굉장히 이중적이구나...
여기까지 동의하는데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아틀러 사상에 의하면 내가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비판적인 시각이 된 것은 이것이 익숙하기 때문에 내가 선택한 것이라고 한다.
확실히 나는 잘 기억나진 않지만 어느 시점에서부터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나를 알게 되었다.
(내가 선택한 것인지 선택된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아서 역시 구별이 불가능하지만)
그런데 그것이 익숙하고 편안한 상태로 들어가자 분명히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면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면을 바라보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계속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것도 어느 정도는 맞는 것 같다.. (혼란스럽지만) 나는 비판적인 시선으로 세상의 추잡함을 외면하기보다 바라보는 것을 꽤나 좋아한다.
잘못된 점을 지속적으로 바라보고, 지적하고, 공유함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하고, 바꾸려고 노력하고. 그것이 성공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냥 지적인 허영이거나 그러한 자극을 좋아하는 것 일 수도 있다.
물론 사람은 생각하기 나름이고, 생각이 바뀌면 고민도 다 사라지겠지만 내 머릿속만 바뀐다고 해서 세상이 진짜 바뀌지는 않는다.
세상의 더러운 면을 외면하기보다는 바라보고 바꾸려는 시도와 노력은 그쳐져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세상을 더 좋게 바꾸려고 하는 것 자체가 경쟁이고, 발전하는 것이 개개인에게 더 행복해지는 방법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는 것은 희망이 있어서 좋다고 생각하니까.. 비판적인 시각을 선택하고 나서 자본주의를 핑계로 삼는다는 것에 동의할 수는 없다.
아틀러의 이야기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거꾸로 뒤집어서 생각해보니 명확해진 나의 "돈 밝힘"은 맞는 것 같고 흥미로웠다.
그의 이야기가 반드시 옳다고 적용되진 않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는 것은 안 보이는 면을 보게 해주는 의미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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