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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by 퀘이' 2020. 6. 5.

도종환 시인의 "희망의 바깥은 없다"를 읽어보면 희망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처절한 감정인지 감이 와서 희망을 갖고 싶지가 않다.
아니, 희망을 가져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싶지 않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다.
왜냐면 희망이라는 것은 절망의 구렁텅이 속에서 싹튼 것이고.. 삶이 아주 처절하고 힘든 시기라는 것을 반증하니까.
삶이 즐거운데 희망을 갖진 않으니까 말이다. 삶이 아주 충만하고 즐거운데도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희망이 아니라
소망이라고 표현하거나 '충족되지 않은 또 하나의 욕심' 정도로 말해야 할 것 같다.

 

며칠 전 읽은 책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에서는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을 이야기했다.
괴로운데도 참고 더 열심히, 발전적으로 살아가려는 원동력이 '희망'인데, 구조적인 결함으로 더 이상의 희망을 갖지 않게 됐기 때문에 행복해졌다는 것이다.
(그 책에서는 상당히 객관적인 시선으로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지수를 통계로 표현했지만,
희망조차 가질 수 없는 현 경제 상황을 구축한 이 전 세대에게 책임을 묻는 듯 느껴졌다.)
'희망을 버리면 괴롭지 않게 된다'라는 말은 반지의 제왕에서 '욕심을 버린 만큼 평화가 온다'라는 말보다 훨씬 꺼림칙함과 위화감이 드는 말이다.
발전을 포기하고 받아들인다는 자조적인 의미가 강해서이다.

 

예전에 돌고래가 한껏 진화해서 인간보다 더 똑똑했었다가 괴로움을 느껴서 일부러 지능을 퇴화시킨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왜냐면 지능이 높다고 해서 즐거운 사회를 구축한다거나 행복함을 더 많이 느낀다고는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희망을 가지고 사는 게 정말로 기쁜 일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나는 미래에 더 나아진다는 희망을 갖고 살고 있다. 그러므로 현재 괴로움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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