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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by 퀘이' 2020. 6. 7.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처럼 내가 닭이나 소, 양 같은 인간이 아닌 다른 '종'이 되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수명이라는 게 종마다 전부 다르게 설정되어 있지만 절대적인 시간이 달라도 근본적으로는 별로 차이가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수명이 모두 달라도 사실은 모든 생물들이 일생이 지나가는 것을 거의 같게 느끼는 게 아닐까..?

 

동시대를 산다고 해도 종족별로 시간은 완전히 다르게 흘러간다.

예를 들어 나무의 경우 수명이 얼마가 됐든 간에 나와는 다른 시간 안에 산다.

다큐멘터리 '지구'에서는 고정 카메라로 식물을 분단위로 천천히 찍어서 영상을 만들어 보여주었는데,

그렇게 보니까 식물도 동물처럼 필사적인 몸짓으로 주위 다른 식물들과 경쟁하며 굉장히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물고기의 경우에도 나와는 다른 시간 안에 산다는 생각이 든다.

수명이 짧아서 덧없이 금방 죽는 것 같아 보이지만 말이다.

물에 돌을 던져서 그 돌이 파장을 일으키는 과정을 초고속 카메라 같은 것으로 천천히 재생해 보면,

물고기가 신기하게도 그 짧은 순간에 물의 유속 사이에서 미묘하게 다른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가 간다.

그 종에게는 나무와는 반대로 시간이 더 천천히 흐른다고 생각하면 시원스레 납득이 간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인 시간은 사실 모든 생명체에게 비슷비슷하게 일어나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종 별로 시간이 많아도 적어도 태어나서 약간의 적응기를 거치며 성장해서 독립하고 자손 번식 후 살만하다고 느껴질 때쯤 죽는 것이 모든 생명체의 공통점인 것 같다.     

 

상당히 오래사는 생물체인 인간이지만, 더 오래 사는 생물과 비교하며 아쉬워한다기보다는 같은 종족 내에서의 수명을 비교하는 경우가 대부분 인 것 같다.

바다거북과 비교해 가면서 '난 왜 이렇게 빨리 죽는 건가'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TV에서도 "장수마을의 비결" 같은 프로그램은 있지만 "바다거북이 인간보다 오래 사는 비결" 같은 프로그램은 없다.

(다큐멘터리 중에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보편적이진 않다는 얘기가 하고 싶다.)

30세에 요절한 사람의 장례식에 가서 '그래도 하루살이나 돼지, 강아지 고양이보다는 오래 살았다'라고 말하면 아마 맞을 것이다.

 


또 시간은 장소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한국과 북아메리카의 시간은 낮과 밤이 바뀔 만큼 다르다.

같은 공간에 살아 숨쉬고 있어도 부모님과 나의 시간은 완전히 다르다.

일명 세대차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세대가 달라서 같은 시간이 흐르는 같은 종인 데도 삶과 생각이 달라진다.

이렇게 생각하면 같은종으로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비슷한 시간 안의 속도로 산다는 게 엄청 작은 범위에 포함되는 거라고 느껴진다.

(불교 같은 생각이 돼버렸네..)

 

어쨌든 하루살이만큼 절대적인 시간이 짧은 생물체와 평균 80년 정도인 인간종의 일생을 거기서 거기라고 말할 순 없겠지만

하루살이가 다른 종족과 비교해서 자신이 너무 짧게 산다고 후회하며 죽을 것 같진 않다. 다른 하루살이보다 빨리 죽으면 억울해하겠지만 말이다.

http://www.bookk.co.kr/book/view/34166

 

감성적이라 힘든 그대

우리는 풍족하고 편리하며 배부르지만 불행하고 무기력한 노동자들이다. 감성적인 사람들은 예민하기 때문에 생존에 유리하며, 더 잘 보이고 잘 들린다. 우울증에 걸리는 것을 이해를 못 하겠��

www.book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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