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와 해외직구 사이트
얼마 전에 이케아 광명점에 갔다 왔다. 위층에서 디피된 상품들을 먼저 보고 아래층의 커다란 창고에서 부품들을 직접 찾아서 계산하는 구조였다.
원목의 표기와 가격이 명시되어 있는 점, 그리고 다양한 부품의 종류 중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 조립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맘에 들었다.
우리나라 가구점은 가게에 들어가는 순간 사람이 마중을 나와서 옆에 붙어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고 홍보를 하며 적극적으로 구매 권유를 한다.
난 그게 늘 불편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보들을 바로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없고 물어봐서 대답을 들어야 하는 구조, 사지 않고 돌아 나오기가 미안해지는 점원의 친절함과 수고스러움.
내가 필요한 가치를 기준으로 두고 자유롭게 비교, 분석해보고 싶은데 대중적인 가치 기준만을 나에게 강요하는 것이 맞지 않아서 불편했었다.
이케아는 점원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되는 만큼 빠르기에 편리하다고 느껴졌다.
나같이 정보를 비교 분석하기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맞는 형태의 판매점이었다.
내가 보기엔 이케아의 판매방식은 점원에게 물어보는 형태가 아닌 것 같았는데 한국 가구점의 판매방식에 익숙한 몇몇 사람들은 판매직원을 찾았고, 직원수는 역시 적었다.
한국의 가구점은 완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완성도가 높고 자유도가 없다.
이케아의 가구는 조립식이라 자유도가 높다. 완성도나 내구성이 완제품에 비해서 낮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모두 커버하고도 남을 만큼 가격 차이가 너무나도 컸다.
이케아 회사 측에서 한국에 입점하기 전 시장조사를 했는데 가구의 가격이 다 너무 높게 측정되어 있어서 이상하다고 판단했는지 시장조사를 연장하여 더 오랫동안 했다고 한다.
그리고 (같은 상품을) 다른 나라보다 더 높게 가격 책정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가장 싼 가구 브랜드보다 싼 값이다.
내가 이케아 사장이라고 생각해도 그 정도 값으로 책정할 것 같다. 판매하려는 동네에 물가가 다 비싸다면 나도 비싸게 팔 것이다. 그것은 시장논리의 기본이니까.
그렇다고 값에 비해 딱히 품질이 떨어지거나 원목이 싸구려도 아니었다. 마감도 잘 되어있었고 품질 좋은 자제를 사용했다.
여기서 드는 생각이 이렇게 대기업이 한국에 들어오게 된다면 재벌 해채가 자연스럽게 일어날 것 같았다.
대규모 공장 자동화가 잘 되어 있는 해외 대기업들은 가격은 낮추고 품질은 중간 이상일 것이다.
가격이 전체적으로 높게 설정되어 있는 한국의 비정상적인 가구시장은 몰락할 것이다.
그렇게 국내 가구 기업들이 하나둘씩 망하면 그곳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은 직장을 잃게 될 것이고, 한국사람들은 돈이 안 되는 가구 생산, 제조업을 그만두고 해외 기업에 점점 더 의지하게 되겠지.
그렇게 해외 기업 몇 개가 서로 경쟁을 하다가 독점체제로 이어지고 손을 잡고 값을 올린다고 해도 내수시장을 잃은 한국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그 해외기업의 가구품을 사게 되려나? 그건 아닐 것 같다. 그러기엔 거대 자본 해외기업들이 소수가 아니라 굉장히 다양하고 많다.
또 자정작용으로 독점체제는 불가능할 것 같다.
이케아 말고도 유명 브랜드로 미국 브로힐, 스탠리 stanley, 렉싱턴, 웨슬리홀 wesley hall, 프랑스 헤네즈 henez, 무아쏘니에 moissonier, 이태리 이튼알렌 ethan alllen 등
다양하게 많이도 있는 것 같다.
내수시장이 망해서는 안된다. 자국 산업 보호는 중요한 일이지만 보호만 하다간 해외 기업들에 비해 경쟁력 없는 약한 기업들만 가득 차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 하에 자국 산업체들이 국민을 갉아먹고 있는 것을 국가가 보호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쇄국으로 자국 대기업을 보호하는 것이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대기업보다 더 작은 단위인 국민, 소 상인, 소 기업을 위한 정책이 우선시되어야 경쟁기반이 잡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눈에는 현재 국내 가구기업들이 가진 경쟁력이 별로 없다.
이것은 재래시장과 대형마트 같은 문제와 꽤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결국은 대자본과 소기업의 시장 싸움이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 가구업계는 변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돼서, 소비자 입장인 나로서는 썩 나쁘지 않은 상황인 것 같다.
사실 내가 싫어하는 자본주의에서는 이런 경쟁구조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국가 경쟁력의 기반을 탄탄히 다지기 위해, 다 같이 더 좋은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 소기업의 연대가 중요한데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연대를 할 수 있을까.
이런 자본주의의 취약점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완하려는 노력을 해야 맞는 것 같다.
내가 낸 세금이 과연 영세상인을 지원하고 조합을 구성하는 데에 쓰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회 구조적인 결함에 대해서는 개개인에게 책임을 물을게 아니라 국가단위에서 먼저 상의되어야 할 것 같다. 그게 국가가 있는 이유 중 하나니까.
재래시장에서의 친절함(서비스 정신)과 인간미, 신선한 상품 (프로정신) 등이 거대 자본을 상대하는 무기라고 한다면,
한국 가구제조업계도 새로운 경쟁력을 갖춰야 할 때가 된 게 아닐까?
내 생각에는 개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한다면 그나마 경쟁력을 좀 갖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이 원하는 디자인과 스타일을 수주받아서 지원해 줄 수 있는 서비스 정신이나 A/S 기간을 늘려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게끔 노력을 한다면 가격이 비싸도 훨씬 가치롭다.
대규모 자본에 맞서서 경쟁력을 갖춘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고객에게 신용을 쌓아간다는 것은 장인정신을 요구하는 일이고, 프로정신이란 힘든 길 임이 분명하다.
그것이 자본주의에서 가능할지는 모르겠으나 정말로 길게 바라본다면 그런 슬로건을 갖고 있는 기업이 생겨야 하고 또 그것을 알아주는 소비자가 있어야 하기에 아직 한국에서는 좀 무리일 것 같다.
아래 기사를 읽어보니 이러한 경쟁 덕에 '메기 효과'로 국내 가구계가 정신 차리고 분발하게 된 것 같다. 참 기쁜 일이다.
http://weekly.donga.com/3/all/11/532846/1
‘이케아 효과’에 국내 가구업체 웃었다
2014년 12월 경기 광명시에 문을 연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 세계 1위를 자랑하는 ‘공룡 기업’이다 보니 국내 첫 입점 소식이 알려지자 거대 기업의 횡포와 주변 상권 잠식 …
weekly.donga.com
* * *
또 얼마 전, 아마존(해외직구 사이트)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구매했는데, 같은 제품을 한국에서 구매하는 것과 가격차이가 2배 이상 났다.
해외 제품은 디자인, 상품 구성이 다양하고 한국보다 종류가 훨씬 많아서 선택의 자유도가 높았다.
해외구매의 장점과 단점을 좀 생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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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1. 가격이 저렴
2. 다양한 디자인, 제품 구성
[단점]
1. 배송이 오래 걸림
2. 배송료가 비싸다.
3. 반품이 어려움
4. 한국에 수리센터가 없어서 A/S가 안 되는 상품이 있음
5. 상품설명이 영어라 못 읽겠음
6. 국내 직배송이 안 되는 경우 (배대지를 사용해야 해서) 구매절차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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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들이 많지만 역시 장점의 1번 '가격차이'가 굉장히 커서 모든 단점을 커버하고도 남는다.
가구나 디지털 제품, 레저, 공구 등은 해외직구가 가격 대비 품질이 더 좋아 보였지만 의류, 잡화, 장신구 등 뷰티 제품들은 한국 것이 더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꾸미는 걸 상대적으로 잘하는 게 아닐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유행'의 흐름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해서 다양성은 떨어지는 것 같다.
유행하는 스타일은 우후죽순 쏟아지지만 그 이외의 스타일을 추진하는 소기업은 없었다.
아마도 작은 나라라서 국민의 수가 적다 보니 주가 되는 스타일 이외에는 거의 수요가 없으니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하지 못하는 것 같다.
시장논리에서 돈이 안될 것 같은 다양성의 추구는 아무래도 불가능한 일이다.
반면 해외 사이트는 특정 브랜드 제품이 아닌 경우에도 참신한 디자인이 많았다.
유행이 아닌데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은 시장이 넓고 수요가 있다는 뜻일 테니 그런 부분에서는 나라가 크다는 게 좀 부럽다고 생각했다.
한번 해외 사이트에서 구매를 하면 계속 해외 사이트만 사용하게 된다던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가격 때문에 확실히 자주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인터넷 구매방식은 눈으로 보고 직접 사는 것보다 한계가 크고 국내 제품 구매의 장점도 크기 때문에 이케아와 같은 위화감은 들지 않았다.
한국가구계가 그만큼 빛 좋은 개살구였던 걸까? 아니면 경쟁력을 갖춘 외국 기업들이 그만큼 무시무시한 거대 자본력인 걸까.
악은 악으로 이긴다고 하던데 한국 대기업의 횡포 같은 것들이 해외 대기업에게 한순간에 무너지는 꼴이 눈에 선명히 보인다.
정치로 막는 것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잘 모르겠으나 세계화는 쇄국정책으로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렇게 후련한 것도 잠시, 그 이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제조업의 내수시장이 쫄딱 망하고 해외기업에 점령당한다면 지금과 다를게 또 무엇일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제조업에 종사하지 않는 나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이런 걸 구경하고 있어서 참 재미있다.
난 점점 글로벌화돼가는 시기에 살고 있다. 그저 옛날보다 다양한 소비생활이 가능해서 좋다.
불필요하게 생산과 소비나 반복하고 있는 굴레에 끼어 두리번 대고 있는 멍청한 일인 것은 결국 똑같겠지만.
http://www.bookk.co.kr/book/view/34166
감성적이라 힘든 그대
우리는 풍족하고 편리하며 배부르지만 불행하고 무기력한 노동자들이다. 감성적인 사람들은 예민하기 때문에 생존에 유리하며, 더 잘 보이고 잘 들린다. 우울증에 걸리는 것을 이해를 못 하겠��
www.book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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