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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의 힘과 사회생활의 아바타

by 퀘이' 2020. 6. 7.

늘 상황의 힘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산다. 다만 할 수 있는 것은 그 상황을 바꾸는 일 정도이려나. 최악의 상황으로 나를 몰아가지 않는 것 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 양식이다.

영화 배트맨의 악당 조커는 상황의 힘에 굴복하는 인간이라는 연약한 존재가 (혹은 자기 자신이) 너무나 싫은 녀석인 것 같다. 정의롭고 이성적인 가치관과 도덕성을 가진 배트맨에게 최악의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정의로울 수 있는지 끊임없이 도덕성을 시험한다.

사실 나도 조커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다. 상황의 힘을 이길 수 있는 도덕성이란 없다고. 인간은 그렇게 강한 정신력을 지닌 존재가 절대로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상황이 안 좋아졌을 때 과연 나는 도덕성을 어디까지 버릴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이것만큼은 정말로 알고 싶지 않다. 그러므로 최악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지 않게 하는 노력을 죽을 때까지 할 것이다. 그렇다고 조커처럼 상황을 일부러 거지같이 만들어서 시험하는 수고를 할 정도로 화가 나는 상황 속에서 산 것은 아니지만….

문명(인류) -> 문화 -> 사회 -> 회사(작은 사회)라는 범주의 상황 속에 살고 있다. 같이 일한 작은 사회 (회사 사람들)의 행동 양식 중에 재미있게 관찰한 것이 있다. 한 사람의 업무 능력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와 본인의 평가에 차이를 두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1. 자기가 가진 스펙보다 높은 수준으로 아바타를 설정한 경우
->
무리해야 한다. 허세 떨다가 망신을 당할 위험성이 있다.

2.
자기가 가진 스펙보다 낮은 수준으로 아바타를 설정한 경우
->
경쟁의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사람들이 편안하게 생각한다.

크든 작든 나 자신의 능력에 차이가 큰 캐릭터로 설정할 경우 괴리감이 커져서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러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다른 방법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인지 부조화의 부작용을 야기, 자기합리화 시도 등등) 페르소나에 삼켜지는 경우 인격 분열이 생길 수 있다. 분열된 서브 인격이 메인 인격을 삼키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실제 자신이 없어지면서 큰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생긴다. 이런 결론이 예상되는데도 이렇게 캐릭터를 다르게 설정하는 이유는,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것이 좀 버겁다고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사는 것에 엄청 필사적이고 억척스러운 스타일의 사람이 아니라면 이것은 아주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행동으로 생각된다. 작은 사회는 개인이 적응하고 살아가기가 쉽지 않은, 관계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어려운 상황이고 본래의 내 모습으로 지내기 힘든 생활환경이다.


1
번 경우의 이유로는,
1)
본래의 자신보다 높은 수준으로 아바타를 설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자신의 스펙이 낮은 경우
2)
권위, 지위 같은 원하는 목적을 위해 그렇게 보여야만 하는 경우.

2
번 경우의 이유로는,
1)
기대감이 부담스러워서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은 경우 (미리 주위의 기대치를 낮춰두는 방법)
2)
경쟁의 대상에서 벗어나 불필요한 싸움을 회피하고 싶은 경우
3)
권위, 지위 같은 원하는 목적을 위해 선택하는 수단 (권위 있는 누군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수동적으로 선택되려는 목적성)
4)
남겨둔 자신의 능력에서 생기는 심리적인 안정감 (자신에 대한 안도감)


생각해보면 1번 경우가 더 절박한 상황이고 더 힘들다. 그리고 이 두 가지 경우는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더 크다. 설정된 캐릭터로 지내는 경우가 본연의 모습으로 지내는 경우보다 얻어지는 이득이 더 크다는 것이다.


화장이나 성형으로 자신을 꾸미는 경우도 맥락은 같다. 본연의 모습보다 얻어지는 이득이 더 크다는 판단이 내재하여 있다. 겉모습이든 성격이든 꾸민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상태가 아니므로 상당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는 노력은 늘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본래의 내 모습과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의) 크게 다른 자신을 설정하는 것은 심사숙고해서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균형의 문제이긴 하지만, 얻어지는 이득보다 감당해야 할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기 때문이다.

 

 

 

http://www.bookk.co.kr/book/view/34166

 

감성적이라 힘든 그대

우리는 풍족하고 편리하며 배부르지만 불행하고 무기력한 노동자들이다. 감성적인 사람들은 예민하기 때문에 생존에 유리하며, 더 잘 보이고 잘 들린다. 우울증에 걸리는 것을 이해를 못 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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