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담기 위해 내잔의 반을 비웠다만
억지로 담고 나니 섞인 와인의 맛은 쓰다.
병을 흔들고 때려도 맛을 달라지게 할 수는 없었던 거다.
잠시 내 옆에 두었다가도 다시 가져가 버렸고
내잔은 하루 종일 그 자리 그대로다.
그 맛은 달고 목은 타들어가듯 쓰다.
마시고 싶지 않았도 목마름은 참을 수 없기에 또 잔을 입에 댔다.
와인 컵을 받치고 있는 아슬아슬하고 얇아빠진 유리 기둥이
위태롭고 불안할수록 아름답다는 것이 슬프다.
와인이 숙성되어 농후해질 때쯤
와인 맛은 완전히 새로운 어떤 것일 테고
목을 축여주는 이 술이 있기에
그래도 타죽을듯한 태양 밑을 걸어 다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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