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주는 대로 처먹고 식당에서 나오는 대로 퍼먹으며 살고 있다. 30년이 넘도록 성실하게 퍼부어 주었는데 채워지지도 않는, 심지어 채워질 기약이라고는 없는 이 밑 빠진 독에 오늘 아침에도 꾸역꾸역 음식을 넣어 주었다. 주린 배를 채울 수만 있으면 먹거리의 질은 신경 쓸 수도 없는 상거지 신세지만, 이런 거지에게도 바라는 점은 있다.
바로 유전자 조작 먹거리에 제대로 표기하는 법이 시행되는 것이다. (줄여서GMO라는 단축어를 쓰자고) 유전자 조작에 대해 표기하는 것과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하겠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연관이 너무 크다.
아마 이게 음식 재료의 질을 높이는 시발점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전자 조작은 표시하는 법이 있긴 있는데 제대로 되고 있진 않다. (제외대상이 너무 많으므로 있으나 없으나 별 영향력이 없다) 우리는 옥수수나 콩 같은 것을 최대한 빨리 키워서 많이 잡아먹기 위해 유전자 조작을 한다. 손대는 변형은 주로 단기간에 빨리빨리 자라도록 성장을 촉진시키는 거나, 병 걸려서 쉽게 죽지 않게 면역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태어난 곡물은 예상대로 빨리 자라서 바로 동물의 사료로 쓰인다. 동물은 유전자가 변형된 사료를 먹고, 인간은 이 동물을 잡아먹는다. 유전자가 변형된 식품의 부작용이 뭔지 몸에 좋은지 나쁜지는 별로 밝혀진 바가 없어서 제대로 알 수 없다. 관련해서 연구하려면 누군가는 투자를 해야 하는데 아무도 (이런 돈도 안 되는 일에) 투자하지 않고, 별로 알고 싶어 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우리 애들이 성적 조숙증이 좀 많아졌고, 호르몬 계가 맨날 고장 나며 노화가 빨리빨리 진행되고 있지만, 원인은 다양하니까…. 결국, 연구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거다. 이렇게 단점이 증명된 것이 없는데, 유전자 변형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돈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 먹는 것보다는 꽃을 변형해서 콩을 만들었든, 똥을 변형해서 콩을 만들었든 안 먹고 굶주리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은가?
하지만 진짜 문제점은 원가가 절감된 만큼 공급가가 낮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게 크리티컬 히트지) 우유는 젖소들이 풀도 안 먹고 옥수수 사료를 먹고 있으니 원가도 크게 절감되었을 텐데, 그렇다고 해서 우유값이 싸진 건 아니다.
여전히 우유는 900mL에 1,800원 정도이고, 우유가 많이 남으면 분유 같은 거 만들고 그래도 남으면 그냥 폐기된다. 유전자 변형되어 곡식이 풍부해져도 아프리카 애들은 여전히 굶어 죽고 있고, 소비자는 변형된 걸 똑같은 값으로 사 먹고 있는 꼴이다. 유전자 변형 식품 판매하는 애들이나 중간 유통업자들은 중간이윤이 많이 남아서 참 행복할 테지만 말이다.
이런 현상에 문제점은 역시 인간의 이기심과 게으름에 있다. 기업은 영리를 추구하는 단체이므로 이윤이 더 남는 것을 하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소비자에게 있는 거다. 소비자는 몸에 더 좋은 것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러면 자동으로 기업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제품을 만들 것이고 소비자는 타당한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슈퍼에서 상품을 살 때 표기된 원재료를 읽는 것이고, 나라님들이 해야 할 일은 모든 식품에 GMO 표기하게 하는 일이다. GMO가 제대로 표시된다면 소비자들은 적어도 "선택"을 할 수 있다.
참고로 XX 기업의 "XX에 버터"에는 우유 함유량이 50%밖에 안 들어있고 절반은 기름이었다. 파XXX 것은 우유 함유량이 99%였다. 그런데도 "XX에 버터"가 더 잘 팔린다. (나를 포함한) 소비자들은 좀 각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유전자 조작 표시 기준은 다음과 같다. 유전자변형농산물의 생산 유통과정 중 비의도적 혼입을 고려하여 유전자 변형 생물체가이하로 혼입 된 경우에는 표시의무를 면제하고 있으며, 최종제품에 유전자 변형 DNA나 외래 단백질이 남아있지 않거나 검출할 수 없는 경우에도 표시대상에서 제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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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적이라 힘든 그대
우리는 풍족하고 편리하며 배부르지만 불행하고 무기력한 노동자들이다. 감성적인 사람들은 예민하기 때문에 생존에 유리하며, 더 잘 보이고 잘 들린다. 우울증에 걸리는 것을 이해를 못 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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