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좀 먹고 나니 사람들이 어떻게 늙는지가 보인다. 예전 모습 그대로 늙는 사람은 없었다.
더 남을 배려하고 인의를 중요시하며 농익어가거나, 더 이기적이고 주위 사람을 잘 이용하며 영악해지거나.
40을 전후로 사람은 고집이 많이 세지는데, 좋게 말하면 삶의 태도를 확정하는 것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이때부터 타인의 의견은 무시한다고 할 수 있겠다.
한국이나 미국은 어차피 양당정치로 가고 있긴 하지만 이 시기에는 정치를 바라보는 관점도 확고해져서, 극단적으로 이분법적인 색깔론의 사람이 많다고 생각한다.
친구는 '마의 38세'라고 명명하며 사회적, 정치적인 야욕이 가장 강해지는 시기라고 주의하라고 말했다. 왜 40을 전후로 이러한 '사십춘기'가 오는 것인지 생각해봤다.
첫째로, 사람은 늙으면 에너지가 떨어지고 신체 능력이 쇠약해지는데 40은 그러기 전 마지막으로 일어나는 발악의 시기로 보인다. 아직은 기력이 넘치는 것 같고 무언가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많아서 더 늙기 전에 뭐라도 이룩하려고 하는 것 같다. 고장 나고 있다는 걸 직감하는 시기다.
둘째로, 여태까지는 늘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판단을 하며 살아왔는데 이 판단에 대해 신물이 나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더 이상 판단을 하느라 머리를 굴리고 고민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귀찮아지는 것이다.
셋째로, 이미 많은 것이 정해져버려 돌이킬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20대는 방황의 시기이고 30대를 지나면서 삶의 모양은 확정된다. 40대는 앞으로의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가 뻔하다. 20대처럼 큰 틀에서 바뀌는 사람은 적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들은 잘못된 판단이며 쓸데없는 저항심이다. 사람은 늘 새롭게 판단해야 하며, 인생은 언제 어느 때나 의지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잘못된 판단과 선택을 하고 이상해지는 사람을 많이 봤다. 꼰대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나는 지금의 모습 그대로 늙고 싶다. 한 방향으로 확고해져서 딱딱히 굳어지기보다는 여전히 말랑말랑해서 이 의견도 저 의견도 수용할 수 있는 상태이고 싶다.
어떻게 해야 겁내지 않고 늙음을 받아들이며 유연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09.06 정신수양 요가 (1) | 2024.12.25 |
---|---|
2023.08.12 소고기 취향 (2) | 2024.12.25 |
2023.06.21 유행이 끝난 마초맨 (0) | 2024.12.25 |
2023.06.03 남의 눈 신경 쓰기 (0) | 2024.12.25 |
2023.05.01 AI에 엄마 성격을 심으면 (0) | 2024.12.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