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은 베이비붐 세대라 이맘때면 꼭 김장을 하신다. 11월 말은 배추 수확철이라 예전에는 어느 집이든 김장으로 북적이던 시기였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자녀 세대는 아마 김장을 담글 일이 없을 것이다.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매 끼니를 가게에서 사 먹거나 배달을 시켜 먹고, 어떤 친구들은 집에 밥솥도 없고 라면조차 겨우 끓일 정도다. 맞벌이가 일상이 되면서 집안일이 뒤로 밀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집집마다 김장을 하는 풍경은 곧 사라질 전통이 될 것이고, 이 사실이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한동안 나는 어른들이 김장하는 모습을 보며 이해하지 못했다. 대량생산이 잘 되는 시대에 굳이 고생해서 김치를 담그는 게 비효율적으로 여겨졌고, 1년 치 김치를 보관하려고 김치냉장고까지 구입하는 것이 공간 낭비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요즘엔 김장 문화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1년 치 김치를 담그는 과정에는 나름의 즐거움과 활력이 있고, 배추를 오래 보관하는 데 김치만큼 과학적인 보존식도 없다. 사 먹는 김치는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며, 집집마다 고유한 ‘집맛’이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김치를 활용한 요리는 셀 수 없이 많다. 김치찌개, 김치볶음밥, 두부김치, 보쌈, 고등어김치찜… 한식의 기본은 김치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치라는 음식 하나만 연구해도 끝이 없을 정도다.
여기까지 이해하고 난 뒤, 나는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우리 집 김치 맛을 전수받아 보자.’
엄마가 만든 김치는 엄마가 돌아가시면 영원히 다시 맛볼 수 없다. 내가 그 맛을 배운다 해도 자식이 없기 때문에 내 대에서 끝날 전통이다. 그렇더라도 잠시나마 이어 간다는 사실이 멋지게 느껴졌다.
그래서 레시피를 배우려고 월차까지 내서 부모님 댁으로 갔다. 하지만 막상 과정에 참여해 보니 양을 정확히 기록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모든 재료를 눈대중으로 넣기 때문에 무엇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배추 양도 매번 달라 그때그때 조절해야 했고, 엄마도 양념이 남거나 모자라는 일이 흔했다.
염도계를 들고 가 수치를 재보려고도 했지만, 김치는 염도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복합적인 맛의 조합이라 기록 자체가 쉽지 않았다. 결국 파악할 수 있었던 건 재료 구성 정도였다.
김치소에는 생각보다 많은 재료가 들어간다. 새우젓과 젓갈, 매실액뿐 아니라 사과, 배, 양파, 무, 마늘, 찹쌀죽을 갈아 넣고, 쪽파, 채 썬 무 등이 부재료로 들어간다. 멸치·무·파·다시마를 우린 육수도 필수다.
이 모든 걸 준비하려면 밑작업이 상당히 많이 필요하다.
나는 과연 엄마 나이쯤 되었을 때 이 힘든 음식을 만들 여력이 있을까? 먹을 사람도 없을 텐데 굳이 하게 될까? 자신은 없다.
그래도 엄마의 그 맛은 죽을 때까지 기억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기억을 바탕으로 김장에도 성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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