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84라는 만화가가 말했다.
“우리 혀는 신맛, 단맛, 쓴맛 등을 느낄 수 있지만, 매운맛은 느낄 수 없다. 그것은 통각과 같듯이, 감정에도 기쁨, 슬픔, 분노, 두려움 등이 있지만 외로움은 통증과 같아 그냥 아플 뿐이다.”
나는 쇼 프로그램을 보지 않아 작가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이 말에는 깊이 공감한다.
한때 나는 혼자 살아가는 삶이 잘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교통이 불편한 외곽에서 약 5년간 혼자 살았다. 어느 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씻고 잠자리를 준비한 뒤 침대에 누웠을 때였다. 칠흑 같은 어둠이 방을 가득 메우고, 귀가 이상할 정도로 고요한 적막이 무겁게 나를 짓누르는 듯했다. 숨이 막힐 것만 같았고, 곧 그 감각이 바로 ‘외로움’임을 깨달았다.
그날은 특별한 일이 있던 것도 아니고, 사고나 사건이 있던 날도 아니었다. 평범한 일상 그 자체였다. 집에서는 샤워 후 가습기에 물을 채우고 로션을 바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길에서 행복해 보이는 커플을 보고 비교를 느낀 것도 아니었다.
분노나 혐오, 설렘과 같은 감정은 어느 정도 이성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로움은 달랐다. 불현듯 찾아오는 이 감정은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말 통각과 같은 영역에 속하는 느낌이었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행복 게이지가 50%인 사람 둘이 만나서 100%가 되는 것이 아니다. 혼자서도 100%인 사람과 100%인 사람이 만나, 그 행복이 0%에서 1000%까지 요동치는 경험이 아닐까. 때로는 서로 싸워 혼자 있는 편이 더 낫다고 느껴지지만, 또 어느 날은 비교할 수 없이 충만한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에서도 다양한 감정들이 등장하지만, 외로움은 나오지 않았다. AI에게 물어보니 외로움은 슬픔, 그리움, 불안, 허무함, 고립감 등이 결합된 복합 감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날, 슬프지도 않고 무엇이 그리운 것도, 불안하지도 않았던 내가 느낀 외로움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때 기안84의 말이 더욱 와닿았다. 외로움은 통각이라는 것. 그 말이 바로 내가 경험한 감정과 정확히 맞닿아 있었다.
우리가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가 유전자의 얕은 장난인지, 혹은 인간이 혼자만의 세계에 머물지 않도록 설계된 통각인지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이 아픔은 우리를 결국 누군가에게, 혹은 세상 바깥으로 향하게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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