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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의 딜레마

by 퀘이' 2020. 6. 7.

몇 세를 기준으로 늙었다, 늙지 않았다를 구분 지어 말할 수 있을까? 수명을 80세로 가정하고 3등분 해서 어리다 젊다 늙다로 나눠야 하는 걸까?

늙음에는 기준값이 없다. 그것은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25세의 나이에도 18세의 더 어린 나이의 사람들 사이에선 늙은 사람이 되고 60세의 나이에도 72세의 나이의 사람들 사이에선 젊은 사람이 된다.


늙었다고 하면 주름투성이의 신체 능력이 저하된 볼품없는 모습이 먼저 떠오르지만, 늙어야 호르몬에 휘둘리지 않는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늘 호르몬(유전자)에 의해 정해진 생체리듬을 따라 살아간다. 성장이 끝나기 전부터 시작해서, 성장이 완료된 이후로도 쭉 -신체적으로 건강한 길고 긴 기간 동안- 계속 식욕과 성욕이 왕성하고, 그 기반을 바탕으로 짝을 찾고, 한눈에 반하기도 하고, 사랑하며, 가족을 구성하기도 하고…. 쇠약해지기 전까지 알게 모르게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50
세 정도 되면 이미 가족을 구성했을 수도 있고 호르몬에 의한 신체적 번식 활동은 거의 끝나가는 시점 같아 보이지만 그때도 '늙었다' 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50세 이상이어도 (가족이 있든 없든) 얼마든지 새로운 사랑에 빠지는 수많은 예가 있고, 불륜이라든가 사회적으로 손가락질을 받을 가능성이 크더라도 이성적으로 판단하기보단 감성에 의해 행동하는 것을 보면 여전히 호르몬에 의해 크게 좌우되고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60세 정도 되면 어떨까? 폐경기도 끝났을 테니 더는 호르몬에 의한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을 수 있을까? 예를 들어서 노인정에 모인 독거노인 할머니 한 분이 다른 독거노인 할아버지를 보며, "저 할아버지는 키가 좀 작은 것 같고 나보다 나이가 너무 많은 것 같아서 같이 안 놀고 싶어"라고 말한다고 생각하면 꽤 재미있고 우스울 것 같다.


사람이 늙어지면 감정부터 늙는다고 하는데, 그러면 아무 감정 없이 사는 20대 사람도 늙었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닐까?

아직 늙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60세의 우리의 모습은 알 수가 없다. 주위에 늙은 사람에게 이런 얘길 솔직하게 대답해주길 기대하며 물어볼 수는 있겠지만, 그 나이의 자신의 모습이 어떨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도대체 언제가 돼야 이런 이유로부터 자유롭게 아무 생각이 안 들 수 있는 걸까? 그리고 그것은 과연 가능할까.


몸에 각인 되어 있는 역사적인 성공사례에 대한 선호도가 아주아주 중요하며 여러 가지의 판단에 쉬운 이유도 있다는 것을 대충 이해하게 되긴 했지만, 스스로 선택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결정되어 자신을 지배하는 감각적인 부분에 대해서 약간의 불만이 있다. 저항할 생각까지는 들지 않지만, 그저 화가 날 때가 있는 것이다.
호르몬에 의해 판단하지 않게 되는 그런 시기가 (올리가 없지만) 만약에 온다고 해도 무척 더디게 올 것 같다.


예를 들어 노인 두 명이 (남녀불문하고) 사람과 사람으로서 서로를 깊게 사랑하게 되었다고 가정해보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아는 그들은 서로 자신의 송장을 상대방이 치우며 흘릴 눈물을 걱정하게 될 것이고, 마음 놓고 사랑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진화와 큰 관련이 있는 호르몬은 여러 가지로 매우 중요한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다른 동물을 제치고 이렇게 많이 번식에 성공하고, 유지도 할 수 있는 것은 다 선조부터 이어져 내려온 유전적인 호르몬의 체계 덕분이다.

인지하지는 못하지만, 지금도 몸속에 각인되어 흐르고 있는 이성에 대한 선호도 기준은, 내 판단과는 늘 상충하여 날 혼란하게 만든다.
합리적인 선택론의 이상대로 행동하는 동물은 진화적인 경쟁에 패하여 도태되어 간다는 연구도 있다. 참 미칠 노릇이다.

 

 

http://www.bookk.co.kr/book/view/34166

 

감성적이라 힘든 그대

우리는 풍족하고 편리하며 배부르지만 불행하고 무기력한 노동자들이다. 감성적인 사람들은 예민하기 때문에 생존에 유리하며, 더 잘 보이고 잘 들린다. 우울증에 걸리는 것을 이해를 못 하겠��

www.book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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