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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6 현대의 생활스킬

by 퀘이' 2024. 12. 26.

직장동료들이 생활 스킬에 상당히 무관심하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 나와 동료 A의 대화는 이랬다.

A: 라식 하고 싶은데 많이 아프려나ᆢ?

나: 전 라섹 했는데 엄청나게 아팠어요. 일반적으로 하루 정도만 아프다던데 전 5일간 못 일어날 정도로 아팠어요. 하지만 이런 경우는 잘 없더라고요.

A: 히익~ 가끔씩 그렇게 아픈 경우도 있는 거 같은데ᆢ 그런 거 미리 알 수 있는 방법 뭐 없나?

나: 이건 제 생각일 뿐이지만, 양파를 썰었을 때 눈이 맵고 아픈 정도가 남보다 심하다면 당첨일 확률이 높을 것 같아요. 그만큼 눈 쪽에 신경이 많거나 예민하다는 뜻이 아닐까요??

A: 응ᆢ? 양파ᆢ?? 양파라ᆢ 음~~ 썰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ㅡ

나: ...

지난번엔 동료 B, C와 얘기하는데 그때의 대화도 비슷했다. B와 C는 둘 다 기혼자이고 성별은 다르다.

나: 님들은 압력밥솥이랑 전기밥솥 중에 뭐가 좋다고 생각해요? 귀찮음과 맛을 전부 포함해서요~

B: 네ᆢ? 어ᆢ 둘 다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나: 전기밥솥이 아예 없어요? 집에서 밥 안 드세요?

B: 네. 햇반은 가~끔 먹긴 해요.

C: 나도 안 해 먹는데. 주방은 안 쓰니까 늘 깨끗해서 좋아!

동료 D도 똑같아서 재밌었다.

나: 부인이랑 D님 중에 사과는 누가 깎아주나요?

D: 저는 사과 깎을 줄 몰라요.. 부인도 사과 깎아준 적 없어요.

내 주위는 모두 기술직이고, 아티스트나 플머, 기획 등 전문분야에서 실력이 탁월하다. 하지만 그들은 생활 스킬에 무심하다. 언제부터인가 집에서 요리를 해먹는 나는 굉장히 특이한 사람이었다. 아이가 있는 경우에는 집에서 해먹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요리가 아니라 조리조차 거의 하지 않는다.

지금 세상은 단 한 가지만 잘 하면 되는 세상이라 무척 편하다. 살아가는 방식은 예전에 비해 완전히 달라졌다. 세탁이나 요리도 구독 서비스 등으로 대체되었다. 세분화된 것이다. 나는 일상생활 스킬조차 타인에게 종속되는 것 같아서 아직은 조금 꺼려진다. 하지만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활 스킬에 관심이 없는 것이 기본값이라는 사실은 숙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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