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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8 세대분리

by 퀘이' 2024. 12. 26.

베이비부머 시대의 장남, 장녀는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고 살고 있어도 마음속으로 세대분리를 못 하고 살았을 확률이 높다.

그 시대 첫째 자식은 거의 두 가지 케이스로 나뉜다.

1. 모든 자원이 첫째에게 집중되는 경우

2. 동생들을 위해 첫째가 희생하는 경우

1번을 선택하는 부모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이 2번이 되는 가정도 많다. 여기서 신기한 점은 2번의 경우, 부모로부터 세뇌를 받거나 누군가 강요해서가 아니라 아이 스스로가 이러한 선택을 한다는 점이다. 첫째 아이의 마음속에선 동생들이 동생일 뿐만 아니라 마치 자신의 자식처럼 돌봐야 하는 존재들로 여겨지는 것이다.

이 현상은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동남아나 아프리카 등 다른 자원이 부족한 여러 나라에서 동일하게 나타난다. 식구들이 많으면 부모들은 돈을 벌기 위해 바빠지며 자식들을 섬세하게 돌보지 못하거나 시간을 적게 쓰게 되고, 그런 부모의 부재를 자식들 중 가장 나이 많은 첫째 아이가 대신 채우게 되는 것이다. 사실은 그 아이도 부모의 돌봄과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부모는 아이들을 많이 낳으면 아이들끼리 서로 돌보며 작은 사회를 구성하고 잘 논다고 생각하겠지만 가장 큰 아이는 희생양이 되고 있다. 자신이 희생하고 있다는 자각도 없는 어린 나이부터 말이다. 베이비부머 시대를 콕 집어 지목한 것은 그때가 지금보다 자원이 몹시 부족한 시기여서 그런 것이고, 그 이전이나 이후로도 줄곧 그래왔다. 요즘은 대부분 자식이 1~2명뿐이라 다행히도 이런 문제는 사라진 것 같다.

일반적으로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게 되면 새로운 세대가 탄생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전에 소속 되어있던 '부모의 세대 구성원으로의 자신'은 당연히 후순위가 되어야 하겠지만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혼동하고 있고 예전 세대의 장남과 장녀는 특별히 더 혼란스럽다. 이미 다 자란 동생들을 챙기느라 자신의 배우자나 자식에게 소홀한 모습을 보이기 쉽다. 이것을 착하고 심성이 고운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시댁에서 무리한 일을 시킨다거나 처가에서 과도한 참견을 한다거나 하는 것은 자식의 세대분리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부모의 인지 부족의 문제이다. 세대분리를 오롯이 받아들이고 인정했다면 자식의 시간이라는 재화를 탐내선 안된다. 세대분리가 더욱 명확해지면 세대갈등은 확연히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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