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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0 한국에서 인사이드 아웃2가 흥행하는 이유

by 퀘이' 2024. 12. 26.

인사이드 아웃2는 귀여운 소녀인 라일리가 어린이에서 청소년이 되면서 하이스쿨에 진학하게 되고 아이스하키라는 스포츠를 하며 겪게 되는 여러 가지 환경적, 심리적인 변화를 상세하게 다룬 이야기다.

아이스하키는 한국에서 대중적이지 않은 스포츠이고 하키 캠프와 같은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데 왜 한국 사람들은 주인공의 삶에서 자신을 떠올리며 눈물을 쏟게 되는 걸까?

스포츠란 본래부터 경쟁을 해서 이겨야 하는 규칙이 있는 게임이다. 그래서 승자와 패자가 시각적으로 바로 드러나는데, 이것은 지독히 경쟁적인 한국 중고등학교의 삶과 아주 흡사하다. 한국도 대학에 합격했는지 아닌지로 승자와 패자가 결정된다.

한국에서는 중학교 때부터 공부를 잘하는 순서로 아이들 사이에서 등급이 결정된다. 공부를 잘하는 똑똑한 아이들로 이루어진 그룹에 속하게 되면 다른 아이들이 쉽게 무시하지 못하며 조심하게 되고 선생님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고 다른 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라일리는 어떤 그룹에 속하지 못하고 혼자 지내게 되는 것을 굉장히 경계하는데 그 때문에 '아이스하키를 잘하고 싶어서'라는 마음 보다 '새로운 학교의 스포츠 팀에 끼고 싶어서' 미친 듯이 경쟁한다. 주목할 점은 그 그룹은 "잘해야 껴준다"라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어라? 난 별로 안 그랬는데?'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이미 그 경쟁 그룹에서 무척 멀어진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ᆢ 학구열이 높은 지역일수록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공부 안 하는 아이들과 어울리려고 하지 않는다. 외모가 뛰어난 일진을 선망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맥락이 다른 이야기이다.)

라일리가 선망하는 유망한 스포츠팀처럼, 한국 고등학교에는 "우등생 그룹"이 존재한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지만 실력주의라는 말은 상당히 가혹하게 들린다. 한국에서는 같은 학원을 다니는 애들이나 같은 그룹과외를 받는 애들끼리 더 붙어 다니곤 한다. 환경적인 요인이 친분의 조건이 되는 것이다. 많은 부모들이 대치동이나 목동같이 학군이 잘 되어있는 지역을 선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라일리는 아직 하키 팀에 합류하지 못해서 그 이후 내용은 없지만, 팀에 들어갔다고 해서 마냥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다. 팀원들이 서로를 경쟁상대라고 여길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공부 잘하는 애들끼리 모여서 친한 듯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경쟁하는 관계이다. 한국에선 아직 어린아이들이어도 좋은 공부법은 공유하지 않는 이기적인 모습을 학습한다.

그래서 학생 때도 서로 눈치를 많이 본다. 치사해 보이면 안되지만 속없이 친절할 수도 없다. 같은 대학교를 지망하는 경우에는 경쟁심이 더 커지며 입시 공부는 더없이 치열하다.

라일리는 하키를 하면서 즐거웠던 시간을 떠올리고 좋아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하지만 우리가 공부하면서 무언가를 하나씩 새로 배운다는 것의 즐거움을 다시 떠올릴 수 있던가? 난 모의고사를 볼 때마다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는 안 그래도 불안과 부럽이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한국에서는 일부러 불안을 일으켜서 조금이라도 더 공부하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 고교 레이스의 끝은 대학교인데 대학에 떨어지면 어떡할 거냐는 물음에 대답할 수 없는 아이들은 기꺼이 불안이에게 모든 정서를 내어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필자는 특수하게 미술계라 입시미술을 하며 고교 생활을 보냈었는데, 어느 날 한때나마 그림을 그리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떠올라 현실이 비참하고 슬퍼져 울었던 적도 있다. )

한국인은 인사이드 아웃2의 라일리처럼 눈치를 살피며 힘들게 입시 공부를 해야 했던 그때를 떠올린다. 스포츠 팀이 아닌 대학에 합격해야 하는 우리는 라일리의 환경보다 더 가혹하고 비참했기 때문에 더욱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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