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구청이나 주민센터에서 이유 없이 까칠한 여직원을 마주친 적이 있는가? 혹은 A/S센터의 불친절한 상담원이라든가, 처음 보는데도 쌀쌀맞기만 한 간호사라든가. 이런 경험, 이제는 너무 흔해서 자연스럽기까지 하지 않은가?
나는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다. ‘그녀는 지금 호르몬의 노예 상태일지도 몰라.’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이해하려 애쓴다. PMS 증후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리고 이런 불쾌한 경험이 있을 때면 나는 늘 애니메이션 **〈키리쿠와 마녀〉**를 떠올리곤 한다.
그 이야기엔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는 사악한 마녀 ‘카라바’가 등장한다. 주인공 키리쿠는 마녀에게 다가가 묻는다.
"왜 그렇게 못되게 구는 거야?"
이 말은 단순한 비난이 아니다. 나쁜 행동 뒤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접근이다. 물론 이유가 있다고 해서 나쁜 행동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지만, **‘이해하려는 시도’**는 가능하다.
나는 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사악한 이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배웠다. 카라바는 사실, 스스로 뺄 수 없는 가시가 몸에 박혀 있어 성격이 사나워졌던 것이었다. 키리쿠가 그 가시를 빼주자, 그녀는 온화한 사람으로 변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불친절한 여직원의 가시를 우리가 빼줄 수는 없다. 상사에게 혼났거나, 힘든 일이 있었거나 하는 명백한 이유 없이도, 그녀는 퉁명스럽고 예민하다. 때로는 본인조차 자신이 지금 불쾌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앞서 언급한 PMS 증후군은, 월경 시작 1주일 전부터 기분이 우울하고 짜증이 나며, 무기력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증상이다.
나는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인간은 자아를 가진 존재인 것처럼 굴지만, 결국 유전자와 호르몬의 노예가 아닐까.”
이런 말은 어딘가 삐딱하게 들릴 수 있어 함부로 내뱉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때로는 진심이다.
어쩌면 그녀들은, 자신을 제어하지 못한 채 그저 호르몬에 휘둘리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여성들을 보며 한심함과 동질감을 동시에 느낀다. 나 역시, 나 자신을 제어하기 힘든 순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만약 성별을 선택할 수 있었다면, 나는 아마 남자를 선택했을 것이다.
이 생각은 월경을 처음 시작한 이후로 점점 더 확고해졌다.
나는 여중과 여고를 다녔는데, PMS 증후군에 대해 알기도 전에, 먼저 친구들을 통해 그 존재를 체감했다.
평소 다정하고 상냥했던 친구가 어느 날 이유 없이 신경질을 내고 예민해졌다. 우리는 싸우고, 다음 날 “어제 왜 그랬어?” 하고 물으면 그녀는 화를 내다 울고, 사과하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매달 돌아오는 감정의 폭풍에 휘둘리며 살고 있었다.
그건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었다.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거대한 무언가가 우리를 꼭두각시처럼 조종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사랑, 결정, 사고방식 — 이 모든 게 과연 내 ‘생각’에 의한 결과일까?
이 무서운 질문은 여전히 내 마음속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호르몬과 싸우며 살아간다.
나는 이제야 생각한다. 그들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자기 조절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야 한다고.
혹시 당신 주변의 여성이 특별히 까칠하거나 예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녀가 엄청난 노력을 들여 자신을 제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마음속으로라도 인정하고, 칭찬해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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