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8월, 남해 바다에서 노무라입깃해파리에게 다리를 쏘였다.
해파리는 다리가 마치 그물처럼 생겼고, 그 길이는 80cm는 넘어 보였다. 해파리가 피부에 닿았을 때 약간 찌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 쏘인 직후, 해수욕장 관리인들이 모여 응급처치를 해주었다.
카드로 다리의 피부를 긁어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를 해파리 촉수를 제거하고, 식염수로 씻어주었다. 당시에는 통증이 거의 없었다. 수돗물에 닿지 않는 것이 좋다고 경고를 받았지만 찝찝해서 결국 샤워를 하고 귀가했다.
- 이틀 후, 다리에 채찍을 맞은 듯한 붉은 발진이 생겼다.
발진은 다리 전체에 붉은 선처럼 길게 이어져 있었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해파리 독은 아주 강하고 무서운 것"이라고 설명하며 주사와 약을 처방해주었다. 통증이 심해졌고, 발진 부위는 뜨겁고 몹시 따가웠다.
- 2주 후, 약을 먹고 있을 때는 채찍 자국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약을 끊으면 다시 다리에 채찍 자국 같은 발진이 올라왔다.
특히 몸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지면 가려움이 심해졌다. 발진 부위는 따갑고 계속 가려웠다.
- 한 달 후, 어느 날부터 밀가루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
밀가루 음식을 먹은 날은 저녁부터 발진이 다시 올라왔고, 몸이 미친 듯이 가려워지기 시작했다. 다리에만 있던 궤적 같은 발진이 몸 여기저기에서 발견되기 시작했다. 마치 온몸에 독이 퍼져 돌아다니는 느낌이었고, 처음으로 아토피 피부의 고통이 어떤 것인지 체감하게 되었다.
- 3개월 후, 피부과에 다니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해파리 독에는 해독제가 없었다. 그저 몸에서 일어나는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약 처방이 전부였다. 피부 연고를 받았지만 바른다고 해서 가려움이 해소되지는 않았다. 약을 먹어야만 증상이 잦아들었고, 그래야 겨우 잠들 수 있었다.
- 5개월 후, 계절은 겨울이었지만 증상은 더 심해졌다.
몸이 차가울 때는 가렵지 않았지만, 주로 실내에서 지내다 보니 체온이 올라가면서 발진이 온몸에 나타나고 가려움이 심해졌다. 손가락이나 발가락 같은 말단 부위는 찌릿찌릿하고 따가운 느낌까지 들었다. 당시에는 '씨잘정'이라는 항히스타민제를 매일 한 알씩 복용했는데, 약을 먹지 않으면 가려움 때문에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였다. "앞으로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절망감에 빠지기도 했다. 의사에게 자꾸 약 타러 오기 귀찮다고 하니 한 번에 한두 달 치 약을 처방해주었다.
- 8개월 후, 약에 너무 의존적인 삶을 사는 것 같아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기에는 늘 한식만 먹었다. 삼시세끼 밥만 먹으려니 지겹고 슬펐다. 라면이 먹고 싶었지만, 먹으면 밤새 긁적이며 잠들지 못할 것이 뻔했기에 참았다. 빵만 먹어도 온몸이 가려웠기 때문에 피자나 햄버거, 튀김류도 모두 피해야 했다. 따뜻한 사우나도 갈 수 없었고, 미온수로만 샤워해야 그나마 덜 가려웠다. 약은 2~3일에 한 번, 혹은 반 알씩 줄여가며 끊으려 노력했다.
- 9개월 후, 가려움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여전히 피부가 뜨거운 상태이거나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가려움이 생겼지만, 예전처럼 미칠 듯이 가렵지는 않았다. 이제는 연고를 바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가려움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 10개월 후, 밀가루 음식을 다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날 밤에도 가렵지 않았다. 가끔 이유 없이 얼굴이나 몸에 울긋불긋한 자국이 생기긴 했다. 조금만 긁어도 쉽게 붉은 자국이 생겼다. 얼굴에 붉은 자국이 많이 올라왔을 때는 주위 사람들이 "괜찮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 11개월 후, 지금이 11개월째다.
이제는 사우나에 들어가도 괜찮고, 온탕에 들어가도 가렵지 않다. 이제야 몸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다. 정말 다행이다ᆢ 해파리는 독사만큼 위험한 생물인 것 같다.
나는 다시는 바다에 들어가 해수욕을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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