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즐겁게 놀러 갔다가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부터 약 2주 정도 되는 기간 동안 나는 굉장히 심하게 아팠다.
의사가 적어놓은 것을 보면 급성편도염, 상세불명의 장염, 위염, 탈수, 무슨 염 무슨염ᆢ 뭔가 병명이 6줄이 넘어가게 길었다. 아프기 시작한 지 2~3일이 지난 후 급성 편도염이라는 것이 2차 전의 하여 급성 기관지염이 됐다. 의사는 3차로 전의 되면 폐렴이라고 겁을 주며 자꾸만 엑스레이를 찍어댔다. 마치 언제 전의 되려나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다행히도 3차 전의까지는 가지 않고 상황은 종료된 것 같다.
어디서 옮아왔는지 모르겠지만 염증수치가 높았다가 항생제를 투여받고 많이 떨어진걸 보니 바이러스성이 아니라 세균성 편도염에 걸린 것 같다. 급성 기관지염은 사람 미치게 만드는 기침을 밤새 하는 병이다. 기력이 없어 밤 8시 정도에 누웠지만 기침하느라 새벽 3시까지 계속 잠을 못 잤다. 기관지염이 이 정도로 기침하는데, 폐렴은 도대체 얼마나 심각하게 기침하는 걸까ᆢ? 죽을 때까지 영원히 걸리고 싶지 않다.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병 같다.
약에 절어 정신이 혼미했던 나는 계속 꿈을 꾸었다. 어딘가 서양 인형극에서나 봤던 기괴하게 생긴 낡은 나무로 만든 광대인형이 나왔다.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 그 인형은 자꾸 내 호흡을 내기에 걸고 승부를 하자고 졸라댔다. 그런데 숨을 못 쉬면 난 바로 죽는 거니까 그냥 목숨을 걸라는 얘기라서 싫다고 말했더니 그러면 괴롭혀주겠다며 기침을 계속하게 했다. 몇 시간 정도 기침하자 정말 숨을 쉴 수가 없고 죽을 것 같아서 나는 그 인형에게 다른 걸 걸 테니 기침은 그만 멈춰달라고 했다. 그 인형은 징그럽게 웃으며 숨이 이동하는 통로는 어떻겠냐며 호흡대신 목구멍을 걸어도 좋다고 했다. 앞으로 다시는 침을 삼킬 수 없겠다며 기뻐하고 있었다. 그 인형은 완전히 미친 사이코 같았다. 내 사정은 전혀 안중에도 없었고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 인형과 대화는 의미 없는 일이었지만 그 썩은 인형과 대화할 때에만 유일하게 기침하지 않고 숨을 쉬고 있었다.
며칠 이딴 꿈을 이어서 꾸자 밤에 잠드는 것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회사에는 사정 설명 후 연차를 잔뜩 내고 낮에 잠을 자기 시작했다. 신기하게 기침은 밤에 심각하게 나왔지만 낮에는 그 정도가 덜 심했다. 그때부터 밤에는 아예 눕지 않고 앉아있었다. 그 인형대가리를 또 마주 보고 싶지 않기도 했고 누웠을 때 기침이 더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앉아서 아침까지 졸기도 했다. 이상한 밤이었다.
현실에서는 매일 이온음료만 마시며 수액을 맞고 지냈다. 위염에 장염까지 겹쳐있던 터라 영양소 흡수가 잘 되지 않았다. 그리고 항생제는 총 3번을 바꿨는데 그중 한 번은 약이 너무 세서 내 몸이 잘 버티지 못했기에 덜 센 것으로 바꾸기도 했다.
9일이 지나자 기침은 잦아들었고 낮에도 밤에도 편안하게 잘 수 있게 됐다. 오랫동안 사투를 벌여서 겨우 이긴 게 분명하다.
이 기간 동안 나는 뼈저리게 후회한 것이 있는데, 베트남에 가기 2주 전에 예방접종을 3번이나 맞은 것이다. 이런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나와 같은 실수를 하면 절대 안 된다. 나는 베트남에 홍역이 유행이라는 뉴스를 보고 홍역 예방접종을 하려고 했는데 홍역 하나만을 접종하는 것은 없고 MMR이라는 홍역, 유행성 이하선염, 풍진을 모두 예방하는 주사만 있었다. 그래서 이걸 맞고, 장티푸스 예방접종을 맞고 또 A형 간염 예방접종까지 다 맞아버렸다. 심지어 홍역은 어릴 때 1차 예방접종은 맞은 적도 있는데 또 맞은 것이었다. 내 몸에 여러 가지 병원체가 돌아다니자 면역체계는 급격히 불안정해졌고 그래서 이 사태가 발생한 것 같다. 예방접종은 한 번에 와라락 맞을게 아니라 오랜 시간을 두고 상태를 봐가면서 맞는 게 정석이다.
만약에 꿈에서 다시 그 기괴한 나무인형을 만나면 꼭 모가지를 뽑거나 다리를 잡고 벽면에 쳐서 부서뜨려야겠다. 지금의 나는 충분히 건강해졌고, 그렇게 나약하게 억지스러운 내기를 강요당하지 않을 것이다.
짤은 챗GPT가 나를 위로하는 내용인데, 아무래도 이젠 감성적인 부분도 사람이 AI를 이길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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