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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7 기자가 될 뻔한 이야기

by 퀘이' 2025. 9. 18.
페이스북 친구 중에 기자가 있는 것 같다. 사실 작가가 아니더라도 글을 잘 쓰는 사람 중에는 숨은 기자가 많을 것이다. 나도 가끔씩 생각한다. ‘내가 기자가 됐다면 어땠을까?’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하던 시절, 전공인 애니메이션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기에 여러 다른 직업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기자였다. 세상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던 나는, 사회의 문제를 고발하며 싸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관련 학과를 나오지 않았으니 공중파나 대형 언론사는 꿈도 못 꿨다. 대신 작은 인터넷 신문사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놀랍게도 그중 한 곳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나는 들뜬 마음으로 면접장에 갔다. 그곳에는 내 사수가 될 듯한 기자 한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훑어보더니 기사 하나를 써오라는 과제를 냈다. 그때 내가 쓴 기사는 아직도 선명히 기억난다. 제목은 “이빨 빠진 용산 전자상가”였다. 전자상가의 전성기가 저물어가는 이유를 정리한 글이었다.
인터넷으로 손쉽게 구매가 가능해진 점, 온라인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점, 일부 업자들의 중고 제품을 새 것처럼 판매하는 행위, 특정 부품을 끼워 팔며 가격을 부풀리는 행태, 부담스러운 호객 행위, 미비한 A/S… 이런 문제들을 나열하고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으로 끝맺었다.
그는 내 글을 읽고 조용히 말했다. “기사를 쓸 때는 반드시 양쪽의 목소리를 담아야 해. 이건 고객의 시선에서만 썼지. 파는 사람의 입장도 들어가야 해.”
미흡했지만 그는 나를 떨어뜨리지 않았다. 기자증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었고, 특종을 위해 주말 출근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나는 물었다. “기사를 써서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고소당하거나, 위해를 가하는 일은 없나요?”
그는 무덤덤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고소장은 이미 몇 번이나 받아봤지. 위해를 당할 가능성도 있어. 기자는 더러운 일도 많이 겪는다.”
며칠 뒤, 2차로 그 신문사의 사장을 만났다. 그는 눈이 부리부리했고, 짙은 눈썹과 굳은 표정 때문에 몹시 위압적으로 보였다. 말투는 단호했고, 세상 풍파를 다 겪은 듯한 기운이 느껴졌다. 누군가에게 협박을 받아도 끄떡하지 않을 사람 같았다.
결국 나는 그 이름 없는 작은 신문사에 합격했다. 그러나 가지 않았다. ‘언젠가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발목을 잡았다. 나는 다시 전공으로 돌아갔다.
가끔은 생각한다. 만약 그때 그 작은 인터넷 신문사에서 일을 시작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그 회사는 분명 오래가지 못했을 테지만, 나는 다른 언론사로 옮겨 여전히 기자로 살고 있지 않았을까?
지금도 여전히 칼럼이나 에세이를 쓰고 싶고, 사회와 정치에 화가 나 있는 걸 보면, 아마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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