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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5 반반의 함정

by 퀘이' 2026. 3. 7.
내가 미혼이었을 때, 한 가지 궁금증이 있었다. '만약 결혼했는데 배우자와 수입 차이가 크게 난다면, 수입이 적은 쪽이 집안일을 더 많이 분담해야 할까?' 결혼한 언니에게 이것을 물었더니 언니는 이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설명해 주었다.
언니가 물었다. “월 200을 버는 사람 A와 월 700을 버는 사람 B 중 누가 일이 더 힘들 것 같아?” 나는 “아무래도 700을 버는 사람이 더 힘들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언니는 “틀렸어. 정답은 ‘둘 다 힘들다’야. 업무 강도와 수입은 비례하지 않아. A가 고깃집 아르바이트로 월 200을 벌고, B가 회사에서 과장 같은 관리직이라면 업무 강도는 A가 더 클 수도 있어. 또 A가 중소기업 경리나 백화점 서비스직이라면 그 사람이 받는 스트레스가 월 700을 버는 사람보다 더 클 수도 있어. 사람마다 상대적이고, 감정노동은 수치화할 수 없어. 너는 둘 다 힘든 상황인데 돈을 덜 번다는 이유로 집안일을 더 해야 한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라고 말했다.
나는 그때 크게 깨달았다. 자본주의적 관점으로만 세상을 보니 이런 큰 오류가 생긴다는 것을. 이렇게 좋은 답을 해 주는 사람이 내 옆에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운이 좋은 일인지 절로 느꼈다.
하지만 깨달음은 잠시였고, 결혼 후 나는 또 다른 방식으로 ‘공평함’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는 남편에게 처가와 시댁을 똑같이 방문하고, 금전적으로도 똑같이 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뭐든 공평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편은 한심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살다 보면 피치 못하게 반반을 똑같이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거야. 그러면 한쪽은 미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지. 그런데 늘 계산적으로 행동한다면 정작 필요한 순간에도 주저하게 될 거야.”
나는 그때 남편이 말한 ‘아쉬운 날’이 어떤 경우인지 짐작조차 못했고, 그저 고집스럽게 ‘반반 원칙’만 고수했다.
그러나 반반을 맞추지 못하는 일은 생각보다 빨리 일어났다. 시댁은 1년에 딱 한 번 갔지만, 처가는 다섯 번 정도 왔다 갔다 해야 할 일이 생겼다. 나는 눈치를 보며 가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남편은 기꺼이 처가 행사에 함께 가 주었다. 양가에 똑같이 한다는 것은 언뜻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긴 인생을 놓고 보면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반반을 맞추려고 일일이 계산하는 것도 미련한 시간 낭비다. 조금도 손해 보지 않으려는 이기적인 생각은 관계를 빠르게 망가뜨리는 불화의 씨앗이었다.
나는 운이 좋아 인성이 좋은 사람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며 살고 있다. 만약 운이 나빴다면 잘못된 판단을 수정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을까? 이 글을 읽는 미혼자는 부디 나 같은 시행착오는 겪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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