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햄스터 한 쌍을 키우려고 필요한 공간을 구성하고 먹거리나 놀이시설도 추가한다고 가정하자. 햄스터는 새끼를 낳고 점점 수가 많아진다. 그래서 공간도 더 늘리고 다양한 먹이들을 추가하는데, 개체 수가 점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그 수가 80억 마리가 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이게 신인지 창조주인지가 지구를 포기한 이유라는 흥미로운 가설을 들었는데, 물생활을 좀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상황을 마주했을 확률이 크다.
나는 구피를 키웠을 때 이런 상황에 직면했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개체 수가 늘어났고 수조도 3개가 되었다. 더 이상 수조를 늘리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나눠주기 전법이었다. 이를 위해 관상어 관련 카페를 여러 개 가입하고 사람들과 친분을 쌓은 뒤 구피를 보내버렸다.
같은 물생활러인 언니의 경우에는 암, 수 의 분리를 택했다. 인간으로 대입해서 생각하니 다소 잔인한 방법이지만, 중성화를 할 수 없는 구피에게는 유일한 중성화 방법이다. 현재 태어난 구피까지만 살아가고 늙어죽으면 그것으로 종말이다.
또 다른 물생활러 한 분은 어항의 물 수위를 만수까지 높이거나 (점프사 유도ᆢ) 먹이를 적게 주는 등 환경적인 조절법을 택하였다. 요즘 기후를 보면 이 방법은 시행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창조주라면 개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 못하게 아예 처음부터 제한적인 번식방법을 택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한 쌍의 커플로부터 2~3명 이상 번식이 불가능하다거나 하는 식으로.. 하지만 이 방법은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인간이 아닌 모든 동물들이 이렇게 번식 수의 제한이 있다면 잡아먹고 사는 포식자의 식욕이나 수명에도 명확한 제한을 둬야 한다. 이 밸런싱을 치밀하게 하지 않으면 그 종은 멸종할 확률이 높다.
존 B칼훈의 "유니버스25 쥐 실험"에서 쥐들은 초기에는 행복해하며 번식을 해서 부흥했다. 중기에는 엄청난 개체수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고 먹이와 장소를 놓고 서로 경쟁했다.
말기에는 좁아진 환경과 사회적 계층구조 속에서 스스로 번식을 포기하여 개체 수가 조절됐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스스로 번식을 포기해서 개체 수를 자동으로 조절하고 있으니 어쩌면 앞으로 이러한 추세가 세계적으로 일어나서 인구수는 적어지고 인류는 자연스러운 쇠락의 길을 걷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까지 인도는 부흥기이며 중국은 과도기인 경쟁 사회 같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 보다 훨씬 시간의 흐름이 압축되어 빠르게 흘러서 유독 이런 사이클 현상이 더 잘 보인다.
만일 창조주가 인류의 번식방법을 제한하지 않고 서서히 스스로 번식을 포기하도록 제작했다면 그것은 번식방법을 제한하겠다는 손쉬운 발상보다는 자유를 보장하려 한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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