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KOF를 열심히 하던 시절, 나는 수많은 유저들을 만났지만 그들 중 유독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앤디를 굉장히 잘 하던 유저였다.
앤디는 아랑전설에서는 나름대로 입지가 있는 캐릭터이다. 테리 보가드의 동생이며 기스 하워드와는 원수지간이다.
나는 아랑전설을 많이 하진 않았다. 하지만 아랑전설을 하던 유저들도 KOF에서 앤디를 고르진 않았다.
이탈리아 팀을 고르면 테리, 앤디, 죠를 플레이하게 되는데 테리와 죠가 상당히 인기 있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앤디는 그냥 묻혀 있는 비인기 캐릭터였다.
그래서 그런지 이 캐릭터의 판정이 좋은지, 나쁜지조차 몰랐다. 그만큼 그냥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는 비주류의 캐릭터였다.
나에게 앤디는 그저 랜덤을 눌렀을 때 운이 없어서 나오는 캐릭터 중 하나였는데,
그 캐릭터가 선택되면 속으로 '으아~!' 하는 탄성과 함께 '얘 기술이 뭐였지? 특수키가 뭐였지?'를 한참이나 생각해야 하는.. 한마디로 싫은 캐릭터였다.
이런 캐릭터를 그 유저는 스타팅멤버로 선발한 것도 모자라 말도 안 되게 잘했다.
숙련된 비인기 캐릭터와 대전하는 것은 의외로 무척 까다로운데, 상대방이 어떤 식으로 플레이할지에 대해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쿄, 이오리와 같은 인기 있고 판정이 좋은 캐릭터들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이들을 상대할 때는 어떤 타이밍에서 어떤 연속기가 들어올지
어느 정도 예측하면서 플레이를 할 수 있지만, 이렇게 익숙하지 않은 캐릭터를 대할 때는 공격과 방어의 타이밍을 잡기가 어렵다.
앤디의 기술 중에 공파탄이라는 기술이 있는데, 팔로 지면을 박차서 그 탄력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드롭킥으로 날아가는 기술이다.
이 캐릭터를 떠올리면 모두 다 이 기술이 가장 먼저 생각날 것이다. "쿠-하단!" 이라고 말한다지만 "으~응흐단!" 같은 괴상한 소리로 들리며
몸이 직선으로 쭉 펴지며 날아가서 굉장히 볼썽사납고 우스꽝스러워서, 멋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이 캐릭터를 대표하는 기술이지만 한번 쓰고 나면 빈틈투성이가 되는 기술이라 맞아주는 사람도 거의 없기에 쓰레기 스킬로 밖엔 생각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유저는 이 기술을 연속기 사이에 넣어 캐릭터를 띄우는 데에 사용했다. 내 캐릭터는 구석에 몰려서 구타당했고, 유저 간 대전에서 이 기술이 나오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
큰 발로 사용하진 않았고 작은 발로 쓴 이 기술은 "빈틈투성이의 웃기는 자세의 쓰레기 스킬"이 아니라 타이밍을 예측할 수 없는 날카로운 연속 기술이었다.
내 캐릭터는 그 괴상한 스킬에 얻어맞아 포물선을 두 번이나 그리며 에너지가 닳고 있었다. 두 번째에는 초열파탄을 (필살기) 맞아 죽었다. 상대방의 압승이었다.
그리고 다음 캐릭터로 또 맞다 보니 놀란 것이, 앤디는 역사가 오래된 캐릭터여서 그런지 기본 스킬이 생각보다 엄청 탄탄했다.
이탈리아 팀에서는 죠 히가시가 연타의 타격감 포지션을 담당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앤디의 연타는 죠를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내 주력 캐릭터들은 주로 잡는 스킬을 사용하기 때문에 근접전에 강하다. 앤디는 근접전을 하면서도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며 나를 무력화 시켰다.
도대체 이 유저는 어쩌다가 앤디 같은 캐릭터를 심도 있게 파게 된 걸까??
나는 주력 스킬이 잡기인데도 못생겼다는 이유로 다이몬 고로를 고르지 않았다. (다이몬은 리치가 길어서 견제하기에 좋고, 잡기 캐릭터들 중에 판정이 굉장히 좋은 캐릭터다.)
둔해 보이는 장거한은 생긴 것과 다르게 재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캐릭터지만 다이몬 고로는 아마 가장 묵직하게 움직이는 캐릭터라 나에게 딱 맞았을거다. 하지만 고르지 않았다.
사람들이 캐릭터를 고르는 기준은 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판정이 좋고 익숙한 캐릭터를 선호한다.
그리고 게임 개발사에서도 인기 있는 캐릭터를 더 밀어주기 때문에 이렇게 소수파 캐릭터는 밸런스가 좋지 않을 수밖엔 없다.
앤디는 외형도 남자들이 별로 선호하지 않는 장발에 유머라고는 없어 보이는 진지한 모습이다. 대부분의 여캐는 모두 인기가 있지만 남캐는 개성이 돋보이지 않으면 메리트가 떨어진다.
그는 어떠한 "반골 기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는데, 아무튼 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했지만 앤디라는 캐릭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앤디는 마이의 남자친구 역할로만 존재하는 캐릭터는 아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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