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당신이 20세 정도의 건강한 신체로 영원히 살 수 있다고 하면 그렇게 할 것인가?
사람들의 선택이 어떨지 궁금해서 물어보고 다녔다. 결혼하거나 자식이 있는 경우에는 배우자나 자식은 함께 영원히 살 수 없고 본인만 영원히 사는 거라는 조건을 덧붙였다. 부모도 마찬가지로 불가능하다.
내 주위에 모든 여자들이 영원히 사는 선택을 하지 않을 거라고 대답했다. 어떤 친구는 지구가 소멸해서 우주에 혼자 남게 되면 너무 외로울 것 같다고 했다. (난 거기까지 상상한 것은 아니었는데..) 드라마 '도깨비'같다고 하는 반응도 있었지만 아직 보지 않았으니 스포는 금지시켰다.
이 가정에서 돈이 많은 상태인지 적은 상태인지에 대해서도 물어보곤 했는데 자본주의 세상에서 오래 산다면 부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 "부자일 거야"라고 대답했는데 사기를 자꾸 당해서 부자가 아니면 어떡하냐는 걱정스러운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웃음)
단 2명만이 영원히 살겠다고 답했는데, 이들은 모두 가정이 있는 중년의 남자였다. 가정이 있는 중년의 삶이 그리 녹록지 않을 텐데 그들은 영원히 살겠다고 답한 것이다. 허무맹랑한 질문이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대답한 걸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나름대로 만족하며 지내고 있기에 이런 선택을 쉽게 한 것이 아닐까?
사실 나는 영원한 삶은 저주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아마도 함정카드 같은 질문일 것이다.
그리고 영원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인 것 같다.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더라도 그 사람은 무조건 나보다 먼저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마음 놓고 사랑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사람의 행복이 성장과 성취에 있다면 어느 시점부터는 육성의 재미는 끝날 것이다. 학자가 되어 지식을 탐구하는 일은 끝이 없기에 그런 것에 몰두하면 꽤 오랜 기간 동안 즐거울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나는 경험상 고도로 전문화가 되어가면 흥미는 조금씩 식어갔다. 오래 살기에 적합한 성격이 따로 있는 게 아닐까.
죽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마약이 주는 즐거움은 백 년도 지속되지 못 할 것 같다. 더 오래간다고 해도 천 년 정도 즐기고 나면 도파민에 절여진 상태로 권태로움에 허덕이고 있을 것 같다.
나는 실험정신을 발휘해서 5천 년 정도는 살아나갈 용기가 있는데 그 이상은 도저히 무리다. 그러니 죽을 날의 기약이 없는 조건의 저 선택을 하지 못할 것 같다.
거북이는 300년을 살고, 한국사람은 이제 100년 가까이 살 수 있을 거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재수 없으면" 백 년을 살아야 하는데 돈이 없을까 봐 걱정을 하고 있다.
40세 정도부터는 여기저기가 고장 나기 시작해서 죽을 때까지 고쳐가며 살아야 하기에 장수도 두렵다.
건강히 백 년을 산다면 굉장히 만족스러운 수명일 텐데 비실거리며 백 년을 산다면 뭔가를 할 수 있는 기간은 얼마나 제한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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